강동환 캐논코리아 사장(56)의 최우선 경영 모토는 `감성`이다. 감성은 좀 추상적인데 강 사장이 내리는 용어 정의는 결국 `펀(Fun)`이다. 정이 흐르고 즐거움이 있어야 생산성도 오른다는 지론이다.
“회사는 목적이 분명한 조직이지만 결국 사람이 움직입니다. 주말을 제외한 하루 생활 중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직원이 즐겁지 않다면 업무도 효율이 오를 수가 없습니다.”
강 사장은 “여기에 우리는 근본적으로 이성보다 정을 존중하는 민족이며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지식보다 감성”이라고 강조했다. 직원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경영자는 고객과 주주 역시 만족시킬 수 없다는 설명이다.
즐거운 회사를 만들자는 강 사장의 철학은 각종 `스킨십` 행사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매월 모든 직원이 대표와 함께 식사를 하는 `런치 데이`, 매주 금요일 `캐주얼 데이`, 매년 2회 전 직원이 함께 야구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이벤트 데이` 등 캐논만의 독특한 행사가 풍부하다. 여기에 점심 동안 잠시 오침을 즐기는 `점심 취침 타임`, 금연을 약속하면 150만원을 지원하는 `금연 지원` 프로그램 등 서로를 이해하고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놓았다.
감성경영의 위력은 캐논코리아 설립 5년 성적표가 그대로 보여준다. 강 사장이 캐논코리아 대표를 맡은 게 2006년 3월. LG상사를 시작으로 퇴임 직전 부사장까지 30년 가까이 몸담은 LG를 접고 선택한 곳이 카메라 전문업체 `캐논코리아 컨슈머이미징`이었다. 당시 캐논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초대 대표를 맡았다.
강 사장 부임 이후 캐논코리아는 설립 6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단숨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매년 2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12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올해 4000억원을 눈앞에 둘 정도로 성장했다. 경쟁이 치열한데다 이미 성숙한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5년 만에 `더블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DSLR 카메라 분야에서는 1위 업체로 확실한 위상을 쌓았다.
강 사장은 캐논이 국내 시장에 연착륙한 데는 따지고 보면 자발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직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또 캐논 창립 이념과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캐논은 자발 · 자치 · 자각을 직원들의 행동 이념으로 삼고 자기 책임을 강조한다. 모든 일에 자발적이며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자발(自發)`, 스스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자신이 취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자치(自治)`,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입장 · 역할을 이해한다는 `자각(自覺)` 정신에 따라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책임감을 중시한다.
그는 지금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빼놓지 않고 환영 엽서를 전달한다. 거기에 빠지지 않는 글귀가 캐논은 `캐논의 회사`가 아닌 `나의 회사, 우리 회사`라는 것이다. 소속감이 확실해야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강 사장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공자의 말처럼 무엇인가를 할 때 단순히 알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CEO는 직원 스스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 주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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