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자방 북한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1990년대부터 크게 위축된 북중 과학기술협력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들 간 과학기술협력은 정부 간 합의와 관련분야 원로들 간의 인맥구축, 국제정세 변화 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의 과학기술협력은 양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과학기술부) 간 협력과 과학원 사이의 협력, 기타 관련부서들 사이의 협력으로 대별할 수 있다. 과학기술부간 협력은 장관급 대표로 구성되어 매년 양국을 오가며 개최되는 `조중과학기술협력위원회` 공식합의로 추진된다. 협력 내용도 대표단 교환과 공동연구, 인력양성, 도서교환 등으로 상당히 포괄적이다.
과학원 간 협력은 사회주의 과학기술 체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 간의 중요한 협력 모델이다. 기업이 생산에 치중하고 중요한 연구는 대부분 과학원 산하 연구소들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 모두 과학원 산하에 100여개에 달하는 최고 수준의 연구소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따라서 북중 양국 간 공동연구는 대부분이 과학원 산하 연구소들의 협력을 통해 추진된다.
기타 관련 부서 간 협력은 대규모 국유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부서 간 협력협정을 통해 추진된다. 특히 양국이 다른 나라와 다른 설비와 기술, 원료체계를 가지고 있거나 전략적 제휴분야가 있을 때, 이런 협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자원탐사와 개발, 천문기상, 해양, 화학공업, 농업 등에서 이런 유형의 교류를 추진해 왔다.
이러한 협력 모두가 지속적으로 추진된 것은 아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나 북한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기간에는 모든 분야에서 양국 간 과학기술협력이 크게 위축되었다. 특히 1998년 북한 행정기관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연구기관인 과학원에 통합되면서 조중과학기술협력위원회의 북한 측 주체가 과학원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연히 협력 범위도 위축되었다.
양국의 과학기술협력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1980년대 후반이었다. 북한이 첨단기술을 강조하고 과학원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대외협력 수요가 급증했다. 주요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속에서 점진자립형의 개혁개방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게 된 중국이 이에 호응하면서, 다양하고 심도있는 북중 과학기술협력들이 추진되었다.
특히 1986년 9월, 당시 이자방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이 중국을 방문해 과학기술협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이 큰 효력을 발휘하였다. 이듬해에는 중국 과학기술계의 원로인 송건 당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해 이를 구체화하였다. 주요 협력내용에는 IT, 기계, 석탄, 농업 등에서의 인력양성과 공동연구, 도서, 설비 제공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80세를 넘은 이자방이 최근 과학원에서 분리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그는 국제 감각이 있고 호방한 성격을 가져 중국 내에도 많은 원로급 지인들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에 개최된 `조중과학기술협력위원회`는 북한이 중국에 그동안 위축되었던 양국 관련부서들간 협력창구를 복원하고 포괄적인 과학기술협력을 재개할 것을 요청하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막대한 외화를 기반으로 대개도국 지원과 자원외교를 크게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춘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수석대표cglee@step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