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첫발을 내딛은 만큼 볼리비아와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리튬 개발 사업 모델을 만들어 양국이 실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탄산리튬 제조 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인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은 지난달 26일 우리나라와 볼리비아가 체결한 `볼리비아 내 리튬 자원 개발에 관한 양국 간 협력`의 의의를 묻는 질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앞으로 양국이 손에 잡히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원장이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개발 분야에서 볼리비아와의 협력이다.
“지난 12일 볼리비아 현지에서 선보인 탄산리튬 개발 기술 네 가지 가운데 하나도 바로 우유니 호수에서 리튬을 추출해 바로 양극재를 제조하는 기술이었습니다. 또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2차전지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는데 그 핵심도 바로 양극재입니다. 우리의 기술과 볼리비아의 리튬, 이 두 가지를 활용해 양국이 모두 실익을 거둘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권 원장은 특히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자적인 기술로 품질과 경제성에서 경쟁국보다 우위에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어 권 원장은 “볼리비아와의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앞으로 칠레, 아르헨티나 등 리튬 매장량이 풍부한 다른 주변국과도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권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볼리비아 현지에서 우리의 탄산리튬 개발 기술을 선보였을 때 볼리비아 당국의 반응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볼리비아의 리튬 추출 기술 개발 책임자였던 에차스 전임 장관에게 먼저 평가를 부탁했었다. 그는 우리 기술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볼리비아가 주력하고 있던 자연증발법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은 자연증발법보다 비용은 좀 더 들어가지만 다량의 리튬을 얻을 수 있다. 이후 코르도바 광업청 차관이 이런 차이점을 파악하고 지금껏 자신이 본 기술 중 최고라고 평가하면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볼리비아는 자원 개발에서 무엇보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기술을 처음 선보였을 때 볼리비아 측은 화학약품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환경적인 측면에서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 기술이 오히려 가장 환경친화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우리는 리튬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화학약품을 전량 회수, 환경오염 요인을 거의 제로화 했다고 설득했다.
-우리 기술의 장점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의 기술보다 일단 리튬의 순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4나인(.9999)의 순도를 자랑한다. 또 특허 관계를 조사하면서 세계 어떤 나라도 우리와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술이 독창적이라는 뜻이다. 현재 볼리비아는 리튬 개발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유럽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고, 자국인도 해외 유학파 등 고급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면밀한 검토를 거친 기술이기 때문에 볼리비아에서도 신뢰하고 있다.
-탄산리튬 제조 기술개발사업단은 RIST, 광물자원공사, 지질자원연구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타 기관과의 연구 협력은 언제부터 진행됐나.
▲처음 이상득 의원이 볼리비아를 방문하고 귀국해 관련 기관을 모아 리튬 추출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이 의원은 당시 우리나라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3개 기관은 유사 기술이나 기초 기술만 보유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기관 간 적극적인 협력으로 우수한 기술을 조기에 개발하게 됐다.
-볼리비아에 기술을 공개하는 일정도 일부러 모랄레스 대통령 방한 시기에 맞춘 것인가.
▲그렇다. 원래 지난달 말까지 기술을 공개하기로 돼 있었지만, 모랄레스 대통령 방한 시기 에 맞춰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볼리비아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량을 자랑한다. 아직 제대로 된 추출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못해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만이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협력 관계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처음으로 교환했고,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모델을 창출해 성공사례를 만든다면 자원 외교에서 큰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