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R&D 현장을 가다-베스타스 기술 R&D센터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3시간 가량 가면 제2의 도시인 오르후스에 닿는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 업체 `베스타스`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본사 · 연구소 · 생산공장 등이 지역별로 나눠져 있다. 큰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바로 베스타스 기술 R&D 센터다. 1979년부터 풍력발전 터빈을 만들어온 베스타스가, 그간 쌓아온 기술을 집약하기 위해 만든 연구시설이다. 부지만 7만4000㎡에 건평 1만5000㎡다. 3층짜리 건물에는 1000여명의 R&D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베스타스는 제품의 무조건적인 대형화보다는 현재의 크기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10년 전 600㎾ 제품의 날개 길이는 42m였지만, 최근의 1.8㎿급은 길이가 90m다. 날개 길이는 2배 길어졌지만 발전량은 3배가 커진 것이다.

핀 스트롬 매드슨 베스타스 기술 R&D 센터장은 “크기가 커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무작정 키울 경우 항공기 운항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레이드의 기체 역학 연구와 비행기 운항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포뮬러 자동차 개발자들과 스텔스 전투기 연구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곳에 모여 땀을 흘리고 있다.

1층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R&D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비교적 규모는 작다. 10개 남짓한 모니터가 전부다. 하지만 바로 이곳에서 전 세계에 설치한 풍력발전기의 20% 가량을 원격으로 24시간 감시한다.

보통 하나의 풍력발전기에 139∼365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으며, 10분마다 해당 정보를 이곳으로 보낸다. 현재 전력생산량은 물론이고 발전기와 기어박스의 온도, 회전속도와 진동 정도도 알 수 있다. 다양한 정보는 해당 기기의 관리자에게 전달되며,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전조건과 기기의 성능이 결정된다. 고장 예측이 가능해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연구소 한쪽 끝을 보면 풍력발전기의 날개와 기둥을 연결해주는 모양의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3D 시뮬레이터로, 연구소에서 개발한 풍력발전시스템을 가상으로 실행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실제 조종을 하기 전에 시뮬레이터로 연습을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풍력발전 교육이나 홍보용으로도 쓰인다.

3D화면을 보기 위한 안경을 쓰면 화면이 바뀌면서 눈 앞에서 거대한 날개가 돌아가며, 자신이 풍력발전기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리모컨 조작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 기계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일부 부품은 리모컨 조작으로 들어올릴 수도 있다. 베스타스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34만유로(약 5억원)를 투자했다. 현재는 1대 뿐이지만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 지사에도 같은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처럼 베스타스는 끊임없는 R&D와 활발한 투자를 통해 `세계 1위 업체`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매드슨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전 세계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로부터 수집되는 모든 정보와 싱가포르 · 영국 · 미국 등지의 해외 연구소에서 보내오는 연구 성과를 종합해 R&D를 진행한다”며 “향후 전 세계에 연구 인력만 2000명으로 확대해 기술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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