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의 최근 고공행진이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주는 `엔고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11일 엔화 값은 전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84.70엔을 기록해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엔고가 단기모멘텀으로 작용, 백화점 등 내수주 관련주와 자동차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없지는 않다.
◇"엔고효과, 글로벌 경기위축 탓"=일반적으로 엔화가치 상승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국내 수출 기업의 실적개선과 주가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엔고현상을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의 엔고현상이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가 상대적으로 선호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 불안이 불거진 배경의 중심에 미국이 경기침체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유로, 엔화 중에 특히 엔화로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 중에 경기보다 더 큰 요인이 있을 수가 없다"면서 "엔화강세로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것보다 환율 하락 등 경기둔화 현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폭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도 "엔고강세 수혜주를 찾기어렵다"면서 "지난 1년 반 이상 같은 수준으로 유지가 됐기 때문에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많은 한국기업의 주가에 이미 엔고 효과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흔히 IT 기업들이 혜택을 본다고 하지만 국내 IT 기업 수준이 일본기업들과는 굉장히 격차를 벌리며 앞서고 있기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백화점.자동차주 혜택"=일부에서는 엔고현상에 따른 일본관광객 증가로 일부 내수소비주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화의 원화 대비 강세가 일본 관광객의 국내유입을 촉진하고, 국내에서 더 많은 소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솔로몬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단기적인 엔고 강세 지속모멘텀과 국내 민간소비 확대가 맞물리면서 하반기에 특히 백화점 업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관광객이 증가하더라도 항공주의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한-일 간 노선을 국내 항공사가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데, 일본인들이 더 한국을 찾는 만큼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 채희근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엔고효과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가 얼마나 빠지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오히려 현대차가 미국에서 선전한 것처럼,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해외시장에서 국산차 선호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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