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긴 위해선 핵신(혁신)·핵신·핵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LG전자 구미 디지털TV 생산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허수식 기성은 “글로벌 차원의 제조 경쟁력이 환경변화에 앞서가지 않으면, 사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컬러TV가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 비해 인건비는 4∼5배 올랐으나, TV 판매가격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선 생산성을 10배 이상 올릴 수밖에 없다고 그는 단언한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신차 출시 때마다 가격이 항상 오르는데, TV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허 기성은 LG전자 TV와 인생을 함께 한 산증인이다. 그는 구미전자공고 졸업 후 31년째 구미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직급은 계장이지만, LG전자가 외국에 공장을 세울 때마다 제일 먼저 달려간다. 과거 직원들이 발을 이용해 컨베이어 라인을 인위적으로 멈출 수 있었던 스토퍼 라인부터 자동 흐름라인, 최근의 셀 라인에 이르기까지 생산설비 연구와 함께해 왔다. 그래서 그의 명함에는 생산현장의 장인, 기술의 달인이라는 뜻을 함의하는 `기성`이라는 호칭이 따라다닌다. `대한민국 기술명장` 칭호도 받았다.
그의 일상은 라인에서 시작돼, 생산효율을 높이고 낭비요소를 제로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래서 그는 LG전자에서 알아주는 생산기술 혁신 전문가로 통한다.
2009년 8월 마무리된 TV공장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흐름라인의 수와 길이를 대폭 줄였다. 공장 안 공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TV 생산대수를 일컫는 UPH(Unit per hour)는 높아졌다.
허 기성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해외 10여개 공장을 방문,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미공장에는 LCD 패널에 조립에서부터 검사, 패키징 작업까지 공정 공정마다 혁신과 개선을 위한 땀과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모든 설비가 러닝하면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허 기성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반영됐기 때문인지, LG 구미TV공장은 라인과 직원들이 혼연일체로 춤을 추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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