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월드컵이 끝난 남아프리카공화국만 해도 백금과 금·영석·지르콘·티타늄 매장량이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아프리카는 자원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석유 매장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아프리카는 중동을 대체하는 석유 생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유럽·미국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인도·일본 등 신흥 경쟁자들이 도전에 나서는 양상이다.
중국은 지난 2004년 4월 유엔안보리가 `다르푸르 사태`로 불리는 대규모 인종 학살이 일어나고 있는 수단에 대해 경제 제재안을 상정하려하자 거부권을 행사했다. 수단이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석유 공급처였기 때문이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자원 확보가 다급해진 중국은 이미 유럽과 미국이 선점한 지역을 피해 미국의 경제제재로 고립된 수단 석유산업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앞서 중국은 2002년, 역시 미국 경제제재에 시달리고 있던 리비아와 송유관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003년에는 900여명의 석유 근로자들을 리비아 서부사막에 파견하는 등 공격적으로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대표적 외교정책 연구소인 외교협회(CFR)는 2005년 `아프리카전략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영향력 확대로 아프리카에서 주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이대로라면 10년 후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실패할 것”이라며 “아프리카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도와 일본 등 신흥국이 아프리카 자원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6년 나이지리아로부터 처음으로 원유를 도입한 인도는 2008년 4월 아프리카 14개국 정상을 뉴델리로 초청해 `인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검은대륙 껴안기에 나섰다. 특히 중국의 노골적인 자원 확보 방식을 의식해 인도는 아프리카의 전반적 역량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정치적 위험요소가 많은 아프리카 진출에 소극적이었으나 원유의 8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등 에너지·자원 확보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에 따라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2007년 10월 `아프리카 자원외교 전략`을 발표한 뒤 과학기술 제공과 막대한 자금 원조를 앞세워 아프리카 공략을 본격화했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현지 자원개발업체 지분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자원 확보 기반을 구축해가고 있다.
◇자원의 보고 아프리카=아프리카는 넓은 땅만큼이나 많은 자원을 구석구석 감춰두고 있다. 석유는 1143억배럴로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10분의 1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동(56.5%)보다는 적지만 중남미(14.9%)나 유럽·유라시아(10.3%)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새로 발견된 석유의 3분의 1이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역적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지역까지 감안하면 아프리카의 석유 매장량은 아무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더욱이 중남미나 러시아가 새로이 자원민족주의를 들고 나오고 있고, 북해나 북미 지역 석유 생산이 위축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아프리카는 높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가스 역시 14조6000억㎥를 보유해 전 세계 매장량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는 7000만톤 정도의 천연가스를 생산해 미국과 유럽에 공급할 전망이다. 이는 이 지역 수요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아프리카는 전략광종의 보고이기도 하다. 코발트가 전 세계 매장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운데 다이아몬드와 백금이 각각 47%와 45%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우라늄이 76만톤으로 22.8%를 차지하고 있으며 니켈(9.2%)·유연탄(6.0%)·동(4.9%)·아연(2.8%) 등이 풍부하다.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 현황=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아프리카에 진출한 것은 최근이다. 과거에는 미주나 아시아·호주 등에 집중했으나 2004년 아프리카 17개국 정상외교를 계기로 이 지역 자원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석유·가스 분야는 비교적 오래 전인 198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 지역 자원개발이 시작됐다. SK에너지가 이집트 북자파라나 지역에서 1700만배럴 가량 되는 원유 생산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이 시작이다. 이어 1990년대 들어 석유공사와 SK에너지·삼성·인천정유 등이 리비아와 코트디부아르·알제리·적도기니 등의 지역에서 석유와 가스 생산 및 탐사 작업에 참여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석유공사와 KEPCO(한국전력)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매장량 20억배럴에 달하는 나이지리아 석유 광구 탐사권을 획득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단순 지분참여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때부터 우리 업체 주도로 아프리카 지역 자원탐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광물 분야는 2006년 이후 집중 개발이 이뤄졌다. 2006년 광물자원공사와 대우·경남기업·STX 등이 참여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에 사상 최대인 2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27.5%를 획득했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광물 자원개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진출이었다. 2007년에는 카메룬 지역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금광 개발이 이어졌으며 2008년에는 짐바브웨 망구라 동 광산에 투자가 이뤄졌다. 이밖에 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니제르 우라늄 광산과 코트디브아르 철광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아프리카 진출 전략=아프리카 각국은 통치권자가 절대 권력을 가진 경우가 많아 정상회담이 자원 확보를 비롯한 경제협력의 가장 중요한 채널이 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가 대규모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진출 기반이 미약한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정상외교를 통해 협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외 유전개발의 60% 이상을 북미와 아시아·CIS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되지 않은 유전이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 더 많은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 1996년 앙골라에서만 원유를 수입했으나 2006년에는 수단·적도기니 등 5개국으로 확대한 바 있다.
자원개발과 사회 인프라 건설을 연계하려는 전략도 중요하다. 투자자금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발전소나 철도·정유소 등 인프라 건설에 참여한 업체에 자원개발 참여 우선권을 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성공사례를 따라 한국식 `패키지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나 마다가스카르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지금까지 2건의 실적을 올리는데 그쳐 이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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