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트위터에 긴장감이 흘렀다. 20대 여성 K씨가 공개적으로 자살을 선언한 것. 이 글은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수많은 트위터리언(트위터 사용자)들이 그녀의 트위터 계정을 걸고 멘션(글)을 달았고 그녀와 `상호 맞팔`(폴로어)이 돼 있는 지인들은 끝없이 메시지를 날리며 마음을 돌리라고 호소했다. 급기야 경찰신고까지 들어갔다. 마음을 돌린 K씨는 현재 트위터 계정도 바꾸고 많은 트위터리언의 격려 속에 일상으로 돌아간 상태다.
트위터가 변하고 있다. 초기에는 유명인과 언론인을 중심으로 이념과 정책 등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는 용도로 주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한국적인 `모임`의 특성까지 가미되며 정을 나누고 서로를 돕는 용도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골수 이상 증세로 고통받던 아기가 희귀 혈액형인 RH-O형 수혈을 받지 못해 애태우는 사연이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자 하루 만에 헌혈자들이 잇따르면서 아기를 구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아이온이라는 온라인 게임에 B형 Rh- 혈액을 급구한다는 내용이 급속히 퍼져나가자 일부는 이를 트위터에 올려 산모를 살리기도 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현대인들에게 `트위터 모임`은 네트워킹 수단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주로 인근에 사는 트위터리언들이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안부를 묻는다. 맛집ㆍ명소 정보 공유는 물론 위급 상황 전파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때로는 시간 나는 사람들끼리 `번개`를 갖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귀중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도 트위터는 112보다 빠르게 확실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실시간성`과 `급속한 전파성`을 갖추고 있다 보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지갑 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트위터에 호소하고 이는 각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트위터를 켠 상태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실시간 전파돼 분실품을 찾는 사례도 잦다.
활발한 활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봉사당`이라는 봉사와 기부를 주제로 한 트위터 모임에는 이미 300명의 트위터리언이 가입해 자투리 시간을 내거나 푼돈을 모아 소중한 곳에 쓰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위터는 `탈전통적 커뮤니티`의 사례"라며 "의무감이나 소속감 대신 사용자들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살을 막고 희귀 혈액형 헌혈자를 찾아내며 지역사회 사람들과 접촉하기도 하면서 느슨하나마 공동체를 복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위터는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받을 수 있고, 네트워킹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유지된다는 점에서 기존 블로그나 미니홈피와도 차별화된다"며 "쉽고도 활발하게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고 소통하며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위터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트위터는 유사한 생각, 공통 관심사를 가진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라며 "끼리끼리 문화 형성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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