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동차 기업 회장도 LG화학의 제품이 좋다고 한다. 또 계약도 이미 성사됐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27일 저녁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올 들어 10여건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5년엔 전기 자동차 배터리만으로 2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자신했다.
김반석 부회장은 최근 상종가를 달리는 CEO 중에 한 명이다. LG화학 수장을 맡은 이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낸데다가 직접 기업설명회에 참석, 투자자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할 정도로 현황 파악에도 뛰어나다. 김반석 부회장을 경험한 LG화학 임직원들은 김 부회장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장 잘 파악하는 CEO로 평가한다. 화려하지만 실적과 연결되기 어려운 것들은 정리하고 당장은 어렵지만 미래가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자동차 업체와의 계약조건 때문에 일일이 업체를 모두 밝힐 수 없지만 GM·포드·현대기아차·장안기차 외에도 일본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30여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일본 업체를 제치고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데는 미래를 간파하고 뚝심 있게 투자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LG화학으로선 지난 2000년부터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꾸준히 연구개발을 진행해오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로부터 제품에 대한 신뢰를 얻은 것이 최근 성과를 일군 것이다. 또 그간 일본 업체들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아쉬운(?) 니켈수소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자동차 업체 주도로 합작사를 설립하며 시장 예측에 실패한 것도 LG화학에는 기회가 됐다.
김 부회장은 하마터면 LG화학이 전기차 시장에서 손을 뗄 뻔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LG화학이 지난 2005년과 2006년 당시 전지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2007년 중반 배터리를 전자회사가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만든 배터리 사고로 완제품 손해까지 발생하면서 다시 맘을 고쳐먹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부각되면서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이 중요해지고 조립 능력이 아닌 배터리 자체의 물질, 즉 소재에 대한 기술력에 좌우되면서 화학회사가 배터리 사업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소니·파나소닉 등 전자회사가 배터리 사업을 해왔지만, 지금은 바스프·다우 등 세계적인 화학기업들이 배터리 재료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SK 등 배터리 경쟁사에 대해서는 “경쟁사 제품이 들어간 차량이 언제부터 몇대 생산되는 지 물어보면 수준이 파악될 것”이라며 비교 자체를 꺼려했다.
김 부회장은 전기차·LCD 유리기판 등 신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LG화학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영업이익이 5000억원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이라며 “여기에다 앞으로 신사업인 자동차용 전지와 LCD 유리기판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바뀌면서 신성장동력이 제 몫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LG화학은 이제 시작이다”며 재도약을 선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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