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주변 자유무역지역에 위치한 공항물류단지가 글로벌 반도체·LCD 장비업체의 물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LCD 투자가 국내는 물론이고 대만·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국내 기업들은 다국적기업들의 국제 물류기지가 국내에 위치함으로써 보다 더 빠른 서비스를 받게 됐으며 고용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업계 및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SML·램리서칟엑시트론 등 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장비업체가 인천공항 배후 공항물류단지에 입주하거나 입주를 추진 중이다.
LED 전공정의 핵심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선두 업체인 독일 엑시트론은 최근 공항물류단지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우선 국내 배송센터로 조성할 예정이지만 향후 글로벌 배송센터로 지위를 격상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LCD에 쓰이는 식각기(에처)를 주로 공급하는 램리서치 역시 미국에서 운영하던 물류센터를 인천공항 배후단지로 옮긴다. 지난 6월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시설 설비에 시간이 걸렸다. 적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입주한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노광장비 전문업체 ASML은 본사에 있던 전 세계 배송센터를 인천 영종도로 옮겼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물류 관리를 인천에서 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노광기 시장의 90% 이상을 공급한다. 이 회사는 글로벌 물류 업체들에 물류 위탁을 하고, 물류 업체들이 인천공항공사와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공항물류단지에 입주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27일 신갈에 물류센터 기공식을 갖고 이곳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물류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최양오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코리아 부사장은 “우선 경기도 신갈에 창고를 마련하고 인천공항에도 국제 물류기지를 두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본사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어서 조만간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국내를 배송기지로 선택하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60%를 장악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설비 증설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전 세계 반도체 투자의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TSMC, 하이닉스 등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인천공항의 입지가 중국·대만·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물류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 국세와 지방세를 3년간 전액, 이후 2년간 절반을 감면해주고, 외국인은 토지 임차료도 투자액에 따라 최소 5년에서 15년간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 것도 다국적 장비 업체들이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다.
김용준 ASML 이사는 “반도체 투자의 70%가 아시아권에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국내에 대형 반도체 업체가 포진해 있어서 이쪽으로 배송센터를 옮겼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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