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에선 연구개발(R&D)이 가장 쉽죠.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R&D 실적 내는 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으로 인터뷰한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의 첫마디는 이랬다. 쎌바이오텍은 유산균 제품 생산업체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 대표는 신약 개발과 네이처 등 일류 저널 연구 결과 등재만으로 증시에서 바이오기업의 값어치를 평가하는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정 대표는 "R&D에 10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면 생산에는 100, 마케팅에는 1000이 들어간다"며 "생산, 마케팅은 R&D 이후 또 수년의 과정이 흘러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포장을 그럴듯하게 하는 것보다 돈이 되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다.
평소 언론과 거리를 둬 왔던 정 대표가 기꺼이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제 시장에 회사를 내놔도 될 만큼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2002년 코스닥 상장 때 조달한 자금으로 시작한 수출이 올해 1000만달러 고지를 넘었다. 정 대표는 "2002년 수출 0원에서 시작해 8년 만에 이룩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만 해도 내수에 전념했기 때문에 납품처인 제약사에서 받은 어음을 할인하지 못해 눈물까지 흘렸던 적도 있다. 정 대표는 원화값이 달러당 1800원 선까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고 "우리도 달러가 있었다면…"이란 생각에 수출에 뛰어들었다.
첫 수출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2002년부터 무작정 바이오업체 주요 기업이 모이는 전문전시회 `비타푸드`를 찾았다. 초기에 이름도 없는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전시회에 나갔다. `개근`하는 모습 덕에 유럽 업체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유럽 기업과 원료 납품 계약을 맺었다. 이 원료로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자 입소문이 퍼져 납품 희망 기업이 하나둘씩 늘었다.
정 대표는 "수출 1000만달러 돌파는 씨를 뿌리는 단계로 본다"며 "2013년까지 신제품 없이도 2000만달러 수출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기업 특성상 매출이 늘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해 수익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작년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9.4%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성장은 완제품 수출에 힘입은 결과다. 쎌바이오텍은 2009년 덴마크 1위 제약사인 악타비스에 유산균 제품(락토케어)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했다.
정 대표는 "5년간 공들인 끝에 납품했는데 현재 덴마크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시장의 25%를 차지한다"며 "덴마크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악타비스는 유럽 지역 7개 지역에서도 락토케어를 판매하려 한다"고 전했다.
덴마크에서 대박 이후 이탈리아 등지에서도 락토케어의 `미투(me-too)` 제품(유사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는 "유럽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가 7조~8조원이고 이 시장을 1%가량 점유하는 게 목표"라며 "진입장벽이 낮아 가격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낮은 북미 시장보다는 유럽에 치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현지 자회사인 쎌바이오텍유럽을 회사가 소재한 덴마크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스웨덴과 덴마크에 걸쳐 있는 바이오클러스터의 R&D 기관을 인수하거나 자체 연구소 건립 목적으로 쓸 방침이다.
수출 20%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올해 안에 법인을 설립한 뒤 이 자회사는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는 준비도 진행 중이다.
유럽 수출 비중이 높아 한국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진입 국가마다 개별적으로 받아 평균 6개월씩 소요되는 추가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임상시험도 인정받게 된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1억원이 들 비용이 해외에서 시험하면 10억원이 든다"며 한ㆍEU FTA의 수혜 내용을 설명했다.
쎌바이오텍은 유산균 범용 제품 외에 유산균을 통해 대장암 치료제와 여드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두 제품은 현재 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김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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