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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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기간 동안 산업체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진섭씨(맨 왼쪽)가 파견 업체인 유피아이의 라병철 대표(가운데), 정명진 지도교수와 함께 장비 작동을 배우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메카트로닉스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진섭씨(24)는 방학을 맞은 요즘이 학기 중보다 더 바쁘다. 산업체 실습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화공단에 소재한 전자기기제조업체 유피아이(대표 라병철)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모터제어 분야의 설계기술자를 꿈꾸는 최씨가 처음 회사에 파견 왔을 때 시작한 일은 공구의 이름을 외우고 볼트를 조립하는 것. 몇 주가 흐른 지금, 그는 일을 하면서 내년 출품할 졸업 작품의 ‘설계 모티브’를 얻고 있다. 최 씨는 “전기기계 생산라인에서 직접 일하면서 그간 공부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고 있다”며 “실제 생산 과정을 알아야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어 이를 배우는 데 방학 기간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대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이공계 학생들에겐 방학이 없다. 각종 산업체 실습과 프로젝트 수행에 무더운 날씨도 잊었다.

최씨가 소속된 한국산기대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산업현장 실습을 나가 하루 8시간씩 4주를 일하면서 최대 18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소속 업체의 CEO가 직접 평가해 학점을 채점토록 하는 등 기업인을 ‘현장지도 교수’로 활용, 방학 때 학생들이 제대로 산업 현장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여름마다 평균 1200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다.

정명진 한국산기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는 “시화공단에서 퇴근한 실습 참여 학생들이 곧바로 학교로 들아와 그 날 배운 점을 교수와 토론하기도 한다”며 “기업에선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실무 능력을 배양해 준다”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도 대환영이다. 중소기업체 현장에서 직접 일해보면서 많은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 방학기간 내 실습과 연구를 병행하며 인건비 여력이 높지 않은 중소기업에 유용한 ‘석사급 학사’를 키워낸다. 라병철 유피아이 대표는 “이공계 학생이 기업에 적응하려면 기술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즉시 실무 인력으로 쓸 수 있을만큼 이해를 시켜 돌려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방학 기간 이공계 학생 20명을 선발, 3주 과정으로 중소기업 현장 연수를 실시하고 학과별로 32개 팀을 선정해 취업 선호도가 높은 기업체를 탐방하면서 업체가 원하는 스펙과 인재상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외에도 경일대학교 로봇응용학과, 한국외대 디지털정보공학과 등 많은 이공계 학과에선 관련 분야 방학동안 관련분야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또 포스텍과 울산과기대 등은 전국의 우수한 이공계 대학생들이 첨단 연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하계 연구장학생 제도도 운영한다. 이들 학교에서 숙식 및 장학금 등 편의를 제공받은 전국 이공계 학생들은 방학을 잊고 연구에 몰두 중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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