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3부-5> 레드로버의 3D 영상 촬영

3부. 3D 현장을 가다.

5. 정부 홍보물 야외 촬영

“컷!” 감독의 외침에 촬영장을 감싸던 정적이 멈췄다. 제작진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동안 감독이 배우 곁으로 다가갔다. “방금 동선이 너무 비켜났어요. 안으로 좀 더 들어오셔야죠.” 감독은 배우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직접 보여주고 다시 카메라 뒤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촬영감독과 짧은 몇 마디를 주고받고는 정면을 응시했다. “자, 다시 갑시다.”

19일 오후 경기 파주시 유비파크 내부에 마련된 세트. 감독은 배우에게 지시를 내리고, 한쪽에는 조명과 카메라가 놓였다. 분주한 스태프의 움직임까지 여느 촬영장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이 만드는 것은 일반 영상이 아닌 3차원(D) 영상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담으려는 내용은 친환경에너지가 보편화된 미래사회의 가족 일상. 지식경제부는 인터넷에 사이버홍보관 구축을 계획하면서 홍보용 3D 영상을 사이트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사업을 수주한 레드로버는 자사에서 제작한 3D 영상 촬영 장치인 리그와 3D 모니터 등을 촬영 현장에 동원했다. 리그는 소니 촬영용 카메라 ‘EX3’ 두 대를 수평으로 얹은 것이었다.

총감독을 비롯한 주요 스태프는 모두 이마에 안경을 걸치고 촬영에 임했다. 렌즈에는 살짝 검정빛이 감돌지만 선글라스는 아니다. 이들이 착용한 것은 다름 아닌 3D 안경. 모니터에 잡히는 영상의 입체감을 바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촬영 초반 이채로운 모습에 다소 멈칫하던 배우들도 금세 연기에 몰입했다. 극중 아버지 역을 맡은 박상진씨는 “안경을 쓴 감독님 모습과 더불어 카메라 렌즈도 두 개라서 약간 어색했지만 연기하는 데 큰 차이점은 느끼지 못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세트 내부는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릴 만큼 더웠다. 옆의 스태프에게 “소음을 줄이려고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조명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까지 안경을 쓰고 봐야 하는 3D 영상의 특성상, 화면 색감이 대체적으로 어두워질 염려가 있다는 것. 이를 방지하면서도 입체감을 잘 구현하려면 조명 광도가 일반 촬영장보다 높아야 한다는 게 조명팀의 설명이다. 실제로 두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조명만 석 대가 설치돼 있었다.

배우가 콧잔등에 맺힌 땀을 닦자 다른 각도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감독은 리그 대신 다른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얼마 전 파나소닉에서 출시된 3D 촬영용 일체형 카메라다. 이정우 촬영감독은 “3D 영상은 2D와 달리 거리에 따라 다른 카메라를 이용하게 된다”며 “이 제품은 보통 전경(풀 샷)과 근접 촬영(클로즈업)의 중간 거리 영상을 담을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카메라마다 구현할 수 있는 입체 값이 각각 다르기 때문. 이를테면 카메라 두 대를 위아래로 장착한 직교식 리그는 근접 촬영, 나란히 설치한 수평식 리그는 전경 촬영에 유리하다. 따라서 다양한 영상을 담으려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준비해야 한다.

현장에는 총감독과 촬영감독, 조명감독 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촬영을 멈출 때마다 카메라와 모니터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그는 바로 스테레오그래퍼 최경환씨. 그의 주된 역할은 촬영자의 의도대로 ‘입체 값(뎁스 스크립트)’이 구현되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입체 값 조절이 중요한 이유는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입체 값이 너무 높으면 시청자가 어지러움이나 눈의 피로를 느낄 수 있고, 반대로 낮으면 시청자가 영상 완성도에 아쉬움을 토로할 수 있다. 이날도 최씨는 연방 리그 간격을 조절하면서 적절한 입체 값을 유지하는 일에 몰두했다.

영상 제작을 총괄하는 박배성 감독은 3D 영상 촬영 여건에 대해 “현재 형성된 3D 붐에 비해 촬영 환경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며 “이 분야에는 아직 확실한 지침이 없다 보니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팅 시간도 두 배 이상 오래 걸리고 카메라 워크, 조명 설치에도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는 “어려움은 있지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촬영팀은 사흘가량 실사 촬영을 마친 뒤 석 달 정도 후반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일반에 공개되는 시기는 이르면 11월 말. 완성본은 5~7분으로 편집되며, 실사와 컴퓨터그래픽(CG)이 골고루 들어간다. 3D 모니터가 보급된 가정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영상은 빨강과 파랑색 셀로판지를 붙인 안경으로 볼 수 있도록 제작된다. 현장에 함께한 하상우 한국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 기획팀장은 이번 촬영에 대해 “영화를 넘어 교육·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 영상 제작을 시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 취재팀= 강병준 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양종석, 황지혜, 허정윤,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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