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체, 4G시장을 잡아라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의 전격적인 모토로라 무선장비사업 부문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 구축 사업을 겨냥한 장비 공급 경쟁이 본격화한 까닭이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은 인수·합병 등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모처럼 맞은 호재를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가 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내년부터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한국도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들은 국내시장 수성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가열되는 주도권 경쟁=통신장비 시장은 에릭슨, NSN, 화웨이의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NSN은 지난 20일 모토로라 무선네트워크 사업부문을 12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지난해 중국 화웨이에 내줬던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스웨덴 에릭슨은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캐나다 최대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무선사업부문을 11억3000만달러에 인수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 290억달러에 순이익 16억달러를 기록했다. NSN을 제치고 노텔을 인수함으로써 북미 시장 진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LG전자와 노텔의 국내 합작법인인 LG노텔도 LG에릭슨으로 새로 출범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218억달러에 순이익 27억달러를 올려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했다. 독보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마다 기록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기술력도 세계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1천737건의 특허를 출원해 이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988년 설립된 화웨이의 거침없는 성장은 지난 2006년 이미 한차례 합종연횡을 몰고 온 바 있다. 화웨이의 저가 공세에 맞서 노키아와 지멘스, 알카텔과 루슨트가 각각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현재 시장구도를 형성했다. 노텔은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상실, 파산 위기 끝에 에릭슨에 흡수되는 운명을 맞았다.

◇최대 승부처는 4G 장비시장=통신장비 업체들의 최대 관심사는 4G 장비 시장이다.

4G 전환이 진행 중인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는 공급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GSM 기술에 뿌리를 둔 LTE와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모바일와이맥스(와이브로) 간 기술표준 경쟁에서는 LTE 진영이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다.

에릭슨은 작년 12월 세계 최초로 LTE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선도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스웨덴 텔리아소네라에 시스템을 공급해 스톡홀름 전역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LTE 네트워크를 선보인 것.

화웨이는 에릭슨과 NSN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노르웨이에서 텔레노르의 LTE 장비 공급자로 선정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화웨이는 한국이 핵심기술을 보유한 와이브로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화웨이는 이 부문 장비시장에서 31%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NSN은 모토로라 사업부문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 공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22개국에서 진행 중인 41건의 모바일와이맥스 공급협상에서도 선전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부터 버라이즌과 AT&T가 LTE망 구축에 나서고, 스프린트와 클리어와이어가 모바일와이맥스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이통 3사가 LTE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규모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3세대 WCDMA 시장을 삼성전자와 LG노텔이 양분했던 것처럼 4G 시장도 수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 업체들이 LTE에 치중하고 있으므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와이브로 공급을 늘리는 적극적인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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