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커버스토리 - 2010년 다시 주목받는 MDM

한동안 조용했던 기준정보관리(MDM)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LG이노텍, 삼성SDI 등도 MDM 체계 수립 계획을 잡고 있다. 기업 전사 프로세스에서 “같은 용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MDM에 대한 관심은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한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핵심 업무 정보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만큼 기존 기준정보들의 유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최근 규모의 경제를 위해 인수합병을 반복해온 기업들은 흡수한 회사들마다 제각각인 기준정보를 통합 회사의 관점에서 재수립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비교적 일찍 MDM을 구축한 기업도 GSI ERP 구축의 전제 작업으로서 MDM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MDM 선행 작업이 없었더라면 GSI ERP 구현이 더욱 오래 걸렸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1, 2년 전 큰 관심을 끌었던 MDM 프로젝트 중 전사 MDM은 보기 어렵거나 전사 MDM 프로젝트로서 성공한 사례는 보기 어렵다”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프로젝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도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수립되어야 하며 기업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데이터의 내용과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데이터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MDM은 기업이 수익과 매출 상승, 인수합병 시너지, 비용 절감, 운용 효율성, 리스크관리 증진, 법 규제 수용 등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존 래드클리프 가트너 분석가

“단일한 기준정보는 글로벌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핵심 요소다. 기준정보에 대한 실시간 접근은 사업부 조직과 지역, 시스템의 경계를 넘어 기업 데이터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주고 ERP 시스템 구축 효과를 높이며, 새로운 시스템의 가치를 더욱 빠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마크 존슨 크래프트푸드 수석 디렉터

“폭증하는 데이터 볼륨, 데이터 보호 이슈, 복잡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실시간 정보,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의 통합, 기존 데이터 통합 기술의 한계 등 오늘날 기업들의 데이터 통합 고민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이터 품질 서비스와 엔터프라이즈서비스버스(ESB), 그리고 MDM은 여전히 폭넓게 적용되고 있으며 성숙하고 있다.”-노엘 유하나 포레스터리서치 분석가

MDM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인 시장조사 및 분석기관과 유수의 컨설팅업체들이 MDM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2007~2008년 IT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MDM 이슈는 2009년 들어서면서 그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가 전사 MDM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는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MDM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추진하거나 고도화 작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GSI ERP를 구축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 △SCM 고도화 등에 따라 연관 업무 시스템과의 정보 연동을 고민하는 기업 △인수합병에 따라 서로 다른 회사들의 다중 기준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이 그것이다.

◇GSI ERP 이후 기준정보 체계 재수립 필요=현재 전사 MDM 수요는 GSI ERP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에게서 두드러진다. 전 세계 법인들의 경영 현황을 단일한 정보시스템에 보여주면서 해외 생산 및 판매 거점들이 제각각 사용하고 있던 정보 체계를 통일화할 필요가 함께 생겨난 것이다.

물론 ERP 내에 MDM 모듈이 들어 있기 때문에 ERP를 도입한 기업들은 MDM을 어느 정도 구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GSI ERP를 구현한 이후 전 세계 법인들이 공통의 기준에 의한 정보 입력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초 GSI ERP를 구축했으며 현재 전사 MDM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자체 개발 MDM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올 연말까지 컨설팅을 받아 이르면 내년 초 MDM 패키지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반면에 현대자동차, LG이노텍은 GSI ERP의 선행 작업으로서 MD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ERP 시스템에서 시작되는 데이터가 많긴 하지만 기업 전체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50% 내외”라며 “기준정보 체계를 고도화하지 않고 GSI ERP를 수행하면 GSI ERP 이후 MDM을 반드시 수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6월부터 MDM 구축 프로젝트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PI그룹 내에 꾸리고 기준정보 선정 등 사전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5개월~6개월 간 기준정보 선정 및 데이터 품질 유효성 등 데이터 전수검사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GSI ERP 구축 프로젝트의 한 부분으로 MDM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8월을 목표로 지난해 8월 울산공장부터 GSI ERP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으며 전 세계 11개 법인에 GSI ERP를 적용한다는 목표다.

현대자동차는 GSI ERP 프로젝트와 함께 MDM 프로젝트를 추진해 글로벌 공통기준 코드를 정했다. GSI ERP가 오픈되면 국내외 현대차 법인들은 정해진 글로벌 기준 코드에 의해서만 ERP의 자재명세서(BOM) 데이터를 입력하게 된다.

또 레거시 시스템에 대해서도 글로벌 공통기준 코드를 동일하게 적용시켰다. GSI ERP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 중이고 이후 새로 입력되는 데이터를 새로운 기준정보에 의해 입력하면 되지만 레거시 시스템과 데이터를 새 기준정보에 의해 관리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1년부터 누적된 현대차의 BOM 데이터는 3000만건이 훌쩍 넘는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BOM 데이터는 그동안 법인마다 다른 기준으로 입력, 관리돼 왔다. 이러한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들도 새로운 기준정보에 따라 입력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공장 등 생산법인뿐 아니라 판매법인에 대해서도 엄격히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 딜러나 구매처에서도 국내외 차량 정보 기준인 글로벌 차량 마스터에 의해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MDM이 GSI ERP보다 선행 작업돼 GSI ERP 프로젝트를 지원했다고 봐야 한다”며 “MDM 프로젝트가 없었더라면 GSI ERP 구현 작업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SCM 고도화 이후 ERP 연동 고민=GSI ERP를 포함해 전사 업무시스템들과의 연동을 고민하는 기업들 역시 MDM을 고민하고 있다. 첫 번째의 기업들이 GSI ERP 내에서 전 세계 공통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SCM 고도화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SCM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ERP와의 연동을 위해 MDM 체계를 재수립하는 것이다.

주문-구매-공급-협력사 관리-지급 등 일련의 업무 프로세스 상에서 SCM 고도화는 ERP 혹은 GSI ERP와 정보 연동이 필수다. 이때 연동의 기준이 되는 정보 선정과 정보관리 체계의 재수립이 요구된다. 삼성SDI가 이에 해당된다. 삼성SDI는 글로벌 SCM 프로젝트와 GSI ERP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5대 비전 중 하나로 ‘표준화된 관리를 위한 기준정보 정립’을 포함시켰다.

삼성SDI는 2009년 3월 글로벌 SC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로벌 경영 목표와 함께 △하나의 계획을 계획부터 생산까지 움직이는 ‘싱글 플랜’ △일정 구간의 생산은 변경하지 않는 ‘3일 확정 생산’ △적시 생산과 적시 출하를 위한 ‘타임 투 마켓’ △표준화된 관리를 위한 ‘기준정보’ 정립 △시스템 경영을 위한 ‘실물정보 일캄의 5대 비전을 수립했다. 글로벌 SCM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현재 GSI ERP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해외 8개 법인과 7개 사무소를 대상으로 하는 GSI ERP 구축을 올 상반기에 시작했으며 내년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GSI ERP 내에서는 물론이고 ERP와 SCM의 업무 프로세스가 연계되기 위해서는 기준정보 체계가 필수다.

◇인수합병 후 각사 기준정보 체계 재구축=MDM이 요구되는 세 번째 부류의 기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인수합병과 분사 등을 거치면서 기업 규모와 사업 부문이 재편된 경우다.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으로 서로 다른 기준정보들을 갖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고 새로운 단일 기준정보 체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LG이노텍은 GSI ERP 구현과 함께 마이크론 인수에 따른 두 회사의 기준정보 통합 필요성을 느끼고 MDM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서로 상이한 기준정보를 가진 두 회사가 통일된 새 기준정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밥캣을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 KTF를 인수하고 현재 ERP 구축을 위한 PI사업 중인 KT, LG데이콤과 LG파워콤을 인수하고 LG유플러스로 거듭난 LG텔레콤 등 대규모 인수합병 이후 통합(PMI)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준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데이터 통합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 데이터 통합을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관리와 MDM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효하지 않는 데이터, 명확하지 않는 기준정보를 토대로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성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MDM 프로젝트에서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은 기준정보의 중요성을 비즈니스 임원들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MDM 프로젝트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우리 부서에서 발생한 업무상 과실이 실상은 다른 부서의 정보 오류에서 비롯될 수 있고 우리 부서의 데이터 오류가 전사 업무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문 컨설턴트들은 이구동성 “기업 규모나 성격, 도입한 MDM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조직과 프로세스가 성공을 가르는 것”이며 “MDM은 데이터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말한다. 데이터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이 데이터가 어떤 업무의 어떤 데이터와 연동될 때 기업의 비즈니스 효과가 극대화되는지 알고 있는 것은 IT담당자가 아니라 현업이다. 전문가들은 기준정보 관리의 주도권을 가진 현업에서 꾸준한 품질관리를 할 때 전사 MDM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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