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개떡같이 가르쳐 줬지만 찰떡같이 배웠다. 이제 나이를 빼고는 다 따라잡았다. 학력도, 실력도, 성과도, 모두 다 따라잡았다. 이게 내 직장생활을 이렇게 험난하게 할 줄 모르고 그랬다. 시도 때도 없이 깨고 견제하고 무시하고 배제한다.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자기 이외에는 자라지 못하게 하는 식물세계의 타감작용((Allelopathy)처럼 상사가 나를 짓밟는다. 나는 지금 소나무 그늘에서 죽어가는 마른 풀이다.
상사를 이해하자.
긴밀한 협력자가 아니라 따라잡고야 말겠다는 잠재된 경쟁자를 키워서 그도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새끼 호랑이를 키웠다는 낭패감을 그도 수습하고 있을 것이다. 상사 입장에서는 이제 자존심 문제를 넘어서서 생존 문제까지 걸린 일이다. 상사의 비좁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이해하자. 이제 상사의 문제가 아니라 내 선택의 문제다. 가능성 없는 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 새 둥지를 틀든지, 모진 생명력을 키우는 기회로 여기고 투쟁하며 돋보이든지, 아니면 이제라도 상사와 화해해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먹여주고 챙겨주는 관계가 되든지, 셋 중 하나다. 극적인 해피엔딩이 쉽지 않지만 나라면 세 번째 방법을 권하고 싶다. 첫 번째 방법도 쉽지 않고 두 번째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를 앞지르는 것이 그에게는 유쾌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며 작작 앞지르자. 앞지르되 뒤에 있는 척 하고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자. 약은 고양이가 밤눈이 더 어둡다고 상사의 약점을 찾아 쥐도 새도 모르게 도와주자. 프랑스 작가 라로슈푸코 (La Rochefoucauld)는 ‘적을 만들기 원한다면 내가 그들보다 잘났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그러나 친구를 얻고 싶다면 그가 나보다 뛰어나다고 느끼게 해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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