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페이스북 팬의 가치와 CRM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경제적 가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소셜마케팅 회사인 비트루는 팬 1명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3.6달러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00만 팬을 기준으로 페이스북의 뉴스 피드를 통해 이뤄지는 임프레션을 CPM단가(5달러)로 나눴을 때 그 가치가 1년에 총 360만달러에 이른다는 논리다.

이어 지난달에는 소셜미디어 분석회사인 싱캡스가 페이스북 팬 1명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136.38달러라는 주장을 내놨다. 북미에 거주하는 40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팬 1인당 제품 추가구매, 충성도, 권유, 브랜드 친화도, 미디어 가치, 회원 획득 비용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싱캡스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팬은 팬이 아닌 경우보다 1인당 71.84달러를 더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대표적인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회사의 오기 레이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자신의 블로그에 ‘페이스북 팬의 가치는 제로’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포스팅했다.

페이스북 팬을 통해 분명한 가치를 얻을 수 없다면, 그리고 성과를 얻기 전까지는 페이스북 팬의 가치를 ‘0’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게 오기 레이의 주장이다. 그리고 페이스북 팬이 됐기 때문에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인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페이스북 팬이 됐는지 알기 힘든 만큼 팬 1인당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세 가지 주장 중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은 필자의 몫이 아니다. 다만 ‘팬’의 존재 자체를 정량적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비즈니스 성과를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오기 레이의 주장이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독특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출한 비트루와 싱캡스의 노력은 나름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이 논란을 접하면서 고객관계관리(CRM)에 대한 최근의 새로운 주장과 흐름이 머릿속에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한때 CRM을 하지 않는 기업은 곧 망할 것처럼 얘기한 적이 있었다. 수많은 기업이 CRM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10여년이 지난 지금 CRM에 대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객을 다시 보고, 그에 걸맞은 프로세스와 역량을 갖추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지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딱 그런 격이다.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트위터 계정과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SNS로 성과를 얻었다는 기업은 아직 극소수다. 그나마 분명한 정량적 효과를 평가한 사례는 없었다.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트렌드니 소셜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론’으로 옳은 말일 뿐이다. 기업들이 SNS를 활용해 프로모션이나 정보 수집을 하는 수준의 소셜 마케팅 전략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소셜 CRM에 관한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소셜 CRM을 당장 실험하되, 기업의 소셜 CRM 역량을 평가하고 역량 구축 계획과 일정을 명확하게 하라. CRM의 성공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고객 중심의 관점을 철저하게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을 객체로 여기는 단순한 ‘고객관리’가 아닌 고객과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고 고객이 기업 활동의 한 주역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CRM이든 SNS든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SNS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기 위해서라도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고 이 광풍에 휩쓸릴 필요는 있다. 하지만 SNS 혁명이 기업 생태계에 요구하는 변화가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고민해야 한다. ‘CRM 학습효과’를 다시 반복하지는 말아야 한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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