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상]인간사로 풀어내기 적합한 장르문화의 역사 - `락커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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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의 역사”라는 접근법은 매력적이고 직관적이다. 여하튼 역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아무래도 주인공이 뚜렷한 기승전결의 이야기가 이입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다만 종종 개별 인물들의 활약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른 커다란 체계적 흐름들을 놓치거나, 특정 인물들에게 집중하느라 그 이면에 역사를 움직여온 다른 수많은 이들의 역할이 축소되는 등 여러 약점이 있다.

덕분에 큰 흐름과 제도적 요소들을 파악해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사 같은 대상을 논할 때만큼은 인간사 위주로 접근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반면 애초에 전체적 흐름보다는 개별 성과물로만 기억에 남는 것이 훨씬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종류의 역사라면 어떨까.

오히려 인간사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맥락을 풍부하게 해주고, 큰 흐름에 대해 더 살펴보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도우미가 되어준다. 그렇듯 어떤 접근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정답이 아니라, 다루는 분야와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서 적합한 것을 고를 수 있을 뿐이다.

바로 그런 식의 분야가 바로 대중문화사다. 대중문화의 각 장르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관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흔히 유행의 전반적 흐름을 꿰고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들었던 어떤 창작자와 작품들을 기억할 따름이다.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흐름을 보여줌으로써 장르에 대한 애착을 키워주고자 한다면, 창작자들이 겪은 인간사를 중심으로 서로에 대한 영향, 작품 창작의 맥락 등을 배경지식으로 채워주는 것이 낫다. 이왕이면 줄거리성이 뛰어난 ‘이야기’로 말이다.

최훈의 웹만화 ‘락커두들’은 영미권 록 음악의 역사를 인간사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유명 록밴드의 결성에서 주요 창작 과정의 사연들, 그리고 대부분 해체 또는 기타 결말까지를 담아낸 사연을 특유의 매니아적 패러디와 명료한 요약 설명으로 풀어나간다.

작품에서 다루는 밴드의 선택은 전문적 평론가의 까다로움이 작용하는 세부장르와 음악적 전환 같은 것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대형 스타들 위주다. 하지만 대체로 연대기적 흐름에 따라 다루는 순서가 정해져있고, 무엇보다 한 화에서 다룬 밴드(또는 개인)가 남긴 영향을 받은 이들 가운데 다음에 다루는 밴드가 선정된다.

그리고 각 밴드의 이야기에서 당대 유행장르의 속성을 간단히 던져줌으로써 본격적으로 장르변천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음에도 역사적 흐름의 느낌과 풍부한 맥락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각 화를 연재할 때마다 작가의 개인 블로그에 해당 밴드에 관한 개인 감상 가득한 추가 정보와 음악을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락커두들은 90년대 한국의 문화연구 붐 당시 유행했던 락음악 역사 정리 시도들이 너무나 자주 보여주곤 했던 과도한 사회적 의미부여와 저항 이데올로기의 무게감과 정반대 위치에 놓여있다. 즉 관심을 유발하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장르문화 분야에서도 배울 점이 적지 않다. 의도적으로 학술 연구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르문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취향을 함께 즐기는 식의 대중적 역사 나누기, 즉 역사의 박제보존이 아니라 역사의 생활화라면 이런 접근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김낙호 만화연구가 capcold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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