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바이오기업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와이즈만연구소, 테크니온 공대 등 국내 우수 연구기관들이 내놓는 순수과학 연구 성과다. 특히 와이즈만연구소에서는 생물학과 생화학 관련 전공자가 전체 연구자 중 60%를 차지해 이스라엘 바이오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테바(Teva Pharmaceuticals)는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제네릭 의약품 전문 바이오기업이다. 테바가 걸어온 길은 제네릭 산업의 최대 성공신화로 평가받는다. 1999년 13억달러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가 2009년 140억달러까지 크게 늘어났으며 작년 미국 내 테바 제품의 처방전 조제건수는 6억3000만건에 달한다. 이는 거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 노바티스, 머크의 결합 조제건수를 능가하는 수치다.
비단 테바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의료기기, 바이오, 제약 분야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동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릴 정도로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한 이스라엘에서 바이오기업 창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1996년 이스라엘에는 186개의 바이오기업이 존재했으나 2009년에는 그 수가 1000개 이상으로 늘었다. 매년 80여 개 업체가 생기고 있으며 전체 기업의 41%가 최근 5년 안에 설립된 업체다.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이스라엘의 전체 바이오기업 중 34%는 이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필립스메디컬, GE헬스케어 등 의료장비와 제약 관련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스라엘 현지 지사 또는 연구소 설립, 이스라엘 기업의 인수ㆍ합병 등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도 최근 이스라엘 바이오기업이 보유한 기술 유치에 관심을 쏟고 있다.
차세대 먹을거리로 바이오 산업므 낙점한 한국에서도 이스라엘의 바이오 성공 신화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스라엘 바이오기업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와이즈만연구소, 테크니온 공대 등 우수한 연구기관들이 바이오기술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텔아비브 남쪽으로 22㎞에 위치한 와이즈만연구소는 이스라엘 최고 생명과학 연구기관이다.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자 본인 스스로 우수한 과학자였던 하임 와이즈만은 이스라엘 건국과 동시인 1949년,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본인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세웠다. 와이즈뢸연구소에는 특히 생물학과 생화학 관련 전공자가 전체 연구자 중 60%를 차지해 이스라엘 바이오기술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다 요나스도 와이즈만연구소 소속이다.
와이즈만연구소에서 만난 도리트 로즈너 씨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연구소 인근 과학단지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와이즈만연구소는 교수 수준이 높고 학생 처우가 좋으며 이스라엘에서 유일하게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 와이즈만연구소 출신들이 바이오기업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으며 교수들도 창업에 적극적이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효과적인 바이오기업 지원시책도 이스라엘의 바이오 산업 성공의 비결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 1200개의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공동으로 500개의 R&D 개발기금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미 30억달러의 매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정부 주요 부처마다 운영하고 있는 `수석과학관실(OCS:The Office of the Chief Scientist)`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초기 단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해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창업기업과 ?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금 우대는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과 유통채널 구축을 위한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 지원 활동도 활발하다. 와이즈만연구소와 더불어 이스라엘의 또 다른 유명 과학기관인 테크니온 공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바이오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마 아그몬 씨는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에 적극 나서고 특히 대학 교수와 바이오기업을 연결해주는 `마그넷`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벤처의 특성 상 마그넷 프로그램의 성공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마그넷 쇇로그램은 바이오벤처 창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각지의 우수 인재들이 이스라엘에 모이는 것도 바이오기업 성공에 있어서 좋은 토양을 제공한다. 현재 이스라엘은 고용인력 1만명당 135명이 과학자 또는 엔지니어인데 이는 미국의 80명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과거 소련권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유대인 과학자들이 러시아로 이민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예방 효과가 있는 토마토 추출물 라이코신의 세계시장 홍보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우디 알로이 라이코레드 부사장은 "이스라엘 건국 후 세계 각국 과학기?계에서 활약하던 유대인 인재들이 이스라엘에 모여들었다"며 "라이코레드에도 러시아 출신 과학자들이 연구 인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이스라엘 바이오기업에서 이민자들 역할은 크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만연구소의 경우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시설뿐만 아니라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입학할 경우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두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이민을 와 함께 일하기 때문에 제품 기획 단계부터 판매까지 세계 시장의 다양성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상업화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국방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기술개발 자금 제공과 이를 통한 기술 개발력이 이스라엘 산업 전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른 군대 경험도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잦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이오기업을 창업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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