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1~2개 허용땐 특혜 시비…`준칙주의` 라야 강한 종편 나온다

"현시점에서 사업자가 사업적 판단하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 진입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다."

김관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디지털컨버전스포럼 주최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성공하는 종편채널 선정방안 토론회`에서 "준칙주의를 적용한다면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없이 사업자 책임하에 종편 채널 진입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준칙주의`는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정하고 이를 통과하는 모든 사업자를 승인하는 선정 방식이다. 김 교수는 "정부 개입이 없으므로 성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사업자 판단에 귀속된다"며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서 진입을 신중하게 결정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국 국회 문방위원장(한나라당 의원)도 최근 언론과 잇달아 인터뷰하면서 "종편 채널을 준칙주의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권과 학계에서 정치적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종편을 준칙주의로 선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관규 교수는 "당국 정책 방향은 사업자 선정에서 정치적 특혜 또는 정책적 배려 요소를 없애고 사업자들이 사업적 이익 실현을 스스로 정확하게 판단해 사업 진입을 결정하는 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편채널 사업계획서를 평가해 1~2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비교심사 방식이나 먼저 1곳을 선정하고 시장 상황을 봐서 추가로 선정하는 순차적 방식은 정치적 특혜 시비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비교심사 방식은 초기에는 심사기준이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선정 후에는 탈락자 반발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토론자로 나선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IPTV 선정 때 비교선정 방식을 도입한 결과 규모와 몸집이 큰 통신사만 선정되고, 다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미래에 도전하려는 사업자는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종편 사업자 선정에도 비교심사 방식을 선택하면 자본금 규모와 매체 영향력 등 외형이 큰 사업자가 선정될 뿐 아니라 대마불사 논리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차적 방식 또한 처음에 선정된 사업자에 대해 특혜시비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다음 사업자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지에 대한 판단에 자의성이 끼어들 소지가 있는 데다 정권 말기여서 사업자 선정 추진력을 갖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먼저 선정된 사업자가 제작과 마케팅 네트워크를 장악하면 이는 다음에 진입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는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정책 당국도 과도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준칙주의 선정 방식은 자유시장 경제 원리에도 부합한다. 준칙주의를 채택하면 시장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업자도 있고, 특정 영역에서는 지상파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만들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업자도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비교심사 방식을 통해 1~2개 사업자만 선정하자는 주장은 좁은 국내 광고시장만 한정한 얘기"라며 "서비스를 통해 외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광고도 그런 쪽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 위원은 "1~2개 사업자만 선정하면 많은 시청자가 목말라하고 있는 콘텐츠를 충족할 수 없다"며 "능력 있고, 하고 싶은 사업자에게 기회를 줘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엄격한 준칙주의에 동의를 표했다. 도 교수는 "시장에서 누가 사업을 잘할지, 실제 핵심 역량을 갖췄는지는 사업자가 가장 잘 안다"며 "엄격한 기준을 선정하고, 이를 통과한 사업자에게는 시장 진입을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관규 교수는 1단계로 예비 사업자에 대해 예비면허를 부여하고, 2단계로 사업계획서 이행을 검증한 뒤 본면허 방식도 제언했다.

도 교수는 "최종 승인까지 2단계로 가져갈 때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일종의 인내심 테스트가 될 수 있고, 2차에서 탈락자가 나오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온 위원은 "예비면허-본면허제로 가는 것은 불확실성과 함께 과도한 행정 관여를 야기할 수 있다"며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윤상환 기자 /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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