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늘어난 메일이 있다. 페이스북 초대장이다. 가입할 뜻이 없다. 영어로 대화할 외국인 친구가 많지 않다. 프라이버시 노출도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지인의 초대라 고민스럽다. 그 사람이 아닌 사이트가 발송한 메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그랬다.
세계적인 페이스북 열풍이 뒤늦게 우리나라도 덮쳤다. 벌써 가입자 100만 돌파 얘기도 나돈다. 야후도, MSN, 심지어 구글도 울고 간 ‘글로벌 인터넷서비스의 무덤’에서 올린 엄청난 성적표다. 페이스북은 어느 플랫폼도 가능하며 다른 사이트와 잘 연결된다. 이런 장점도 우리나라에 갑자기 불어닥친 열풍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혹시 과시욕이 작용한 게 아닐까. 영어로 된 페이스북을 쓰면 왠지 더 지적이고 멋져 보이리라는 생각 말이다.
요즘 트위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짧은 글로 자신의 생각을 빨리 알리는 좋은 수단이다. 휴대폰과 만나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트위터를 보내는 이보다 받는 이, 이른바 ‘팔로어’가 훨씬 많다. 정보 생산보다 소비가 더 많다 보니 트위터에 새로운 권력 질서가 생겼다. 팔로어가 많은 사람의 영향력은 웬만한 미디어 뺨친다. 연예인과 기업인, 정치인, 심지어 청와대까지 트위터를 하는 이유다. 팔로어가 몇 명인지로 그 사람의 온라인 권력을 잴 정도다. 생각을 나눠보자는 순수함을 넘어 팔로어를 의식한, 의도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트위터도 나온다.
이런 부작용을 들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헐뜯을 뜻은 없다. 아직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많다. 과시욕 자체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베블렌이 말했듯이 과시적 소비 역시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위다. 다만, 소통 수단이 많다고 소통이 원활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할 뿐이다. 메신저가 그렇다. 1분 이내 짧은 통화로 끝낼 얘기를 메신저로 30분, 심지어 1시간 넘게 주절주절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마사지’라고 말했다. 미디어가 메시지 전달 수단을 넘어 그 자체가 메시지라는 주장이다. 페이스북 같은 SNS, 트위터와 같은 마이크로블로그,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모두 그 자체로 새 메시지를 던진다. ‘개방’과 ‘공유’다. 싸이월드와 미투데이, 갤럭시S, 갤럭시패드와 같은 토종 미디어 역시 똑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데 외국 미디어만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토종 미디어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최근 너무 팽배했다. 토종이 우리 정서에 더 맞는데도 마치 어린애 장난으로 취급하거나 지나치게 비하한다.
우리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도 있겠지만 미디어의 속성과 활용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이를 마케팅으로 부추긴 상업성도 한몫을 한다. 역차별 규제로 토종 기업만 옭아매 사이버 망명을 부추긴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바야흐로 개인 미디어 천국이다. 원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남과 소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소통이 잘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열린 세상’을 만들기보다 ‘끼리끼리 노는 문화’를 더 확산시키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취재담당 부국장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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