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 <3부-2> 3D 컨버팅 현장을 가다- 3D기술의 컨버팅

 89×60×30=16만200.

 명품 다큐멘터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아마존의 눈물’이 3D 입체 영상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편집을 해야 하는 프레임 수다. 흔히 컨버팅은 2D를 3D로 바꿔 주는 작업을 말한다. 크게 두 가지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TV에서 2D 콘텐츠를 3D 콘텐츠로 자동 변환해주는 것이며, 또 하나는 기존 2D 콘텐츠 편집 작업을 통해 3D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삼성과 소니 등 TV 제조사는 3DTV를 소비자가 구매해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 컨버팅 칩을 탑재했다. 여기에는 미국이 개발한 DDD(Dynamic Digital Depth)라는 기술이 적용했다. 배경과 사람을 별도의 데이터로 인지하고 배경과 사람 사이에 놓인 모든 것은 사람을 기준으로 명암 처리하는 기술이다. 어떤 영상이건 3D로 변환해줄 수 있어 생방송 뉴스나 드라마를 비롯해 모든 영상을 3D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입체감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때에는 명암이 반대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다른 방법은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을 하거나 자동 변환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2D 콘텐츠를 3D로 변환해 내놓는 것이다. 이 또한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 한편을 컨버팅하는 데 3개월 동안 300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할 정도다. 많은 인력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자연스럽게 3D 콘텐츠를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보다 단축할 수도 있지만,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일례로, 2D로 촬영한 후 변환작업에 고작 10주를 투입한 영화 ‘타이탄’은 시장에서 혹평을 받았다. 타이탄 전체 매출 중 3D가 차지한 비중도 26%에 불과했다고 알려졌다. 그에 비해 더 많은 기간을 할애해 컨버팅 작업을 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나마 나은 평을 받았다. 앨리스의 3D 영상 매출 비중은 63.7%에 달했다.

 전용 SW를 사용한다고 해도 꼼꼼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인력과 시간은 3D 컨버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정부는 컨버팅 인력이 2012년까지 7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타이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컨버팅을 통해 3D로 다시 태어나는 영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D로 촬영한 고전영화는 3D 입체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컨버팅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방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3D 컨버팅은 조스나 반지의 제왕과 같은 고전영화에 집중하고, 새로운 3D 콘텐츠는 처음부터 3D 영상 촬영에 초점을 맞춰 기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D 컨버팅 업체 리얼디스퀘어는 최근 MBC와 MBC드라마·예능·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3D로 컨버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첫 번째 작업이 아마존의 눈물 방송판이다. 영상은 1초에 30프레임으로 구성되고, 모든 프레임에 일일이 입체감을 줘야 3D 컨버팅 영상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16만장이 넘는 프레임에 일일이 입체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업도 복잡하다. 우선 영상을 받으면 영상을 컷별로 분리한다. 한 컷은 2~3초로 구성된다. 1초는 30프레임이니, 100장 안팎의 프레임이 한 컷을 구성한다. 이렇게 컷별로 나누는 것은 자연스러운 입체감 때문이다. 컷마다 입체감을 주는 깊이가 달라야 한다. 어떤 것은 클로즈업을 했고, 어떤 것은 먼 풍경만을 촬영한 것도 있다. 또 어떤 때는 마치 화면을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입체감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렇게 컷마다 분석을 하면, 각각의 컷에 어느 정도 깊이를 줄 것인지 대략적인 그림이 나온다.

 각 컷을 프레임별로 분리하고, 이때부터 각 프레임에 입체감을 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프레임에서는 사람과 같은 오브제를 추출해야 한다. 배경과 떨어져 입체 느낌이 나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회사마다 입체감을 주는 방법이 다른데, 리얼디스퀘어는 세밀하게 추출한 오브제를 이동하고 트래킹하는 기법을 쓴다. 그리고 이렇게 트래킹한 흔적에는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모든 것에 사람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3D로 컨버팅하기 위해서는 3개월간 300명이 매달려야 한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이런 작업에도 불구하고 컨버팅 영상은 한계를 갖는다. 하나의 화면을 둘로 만들어야 하는데 평면으로 촬영했을 때는 입체로 촬영했을 때와 달리 옆면과 같은 부분 데이터가 없다. 이 데이터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넣어줘야 한다. 이 부분이 바로 노하우다. 같은 컨버팅 영상이라도 입체 영상 같은 느낌이 나는지, 어색한 느낌이 나는지를 가르는 순간이다. 리얼디스퀘어는 과거 3D 영상을 제작한 경험이 있어 보다 자연스럽게 컨버팅 영상을 편집하는 것이 가능했다.

 리얼디스퀘어는 수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입체감을 어느 정도 자동화해주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오브제를 추출하면 자동으로 트래킹하고 복원시켜준다. 이것만으로도 작업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박영환 리얼디스퀘어 대표는 설명했다.

 박영환 대표는 “컨버팅 작업은 입체 영상 촬영분 후반작업에도 필요한 만큼 당분간 그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더 적은 인력이 더욱 자연스럽게 컨버팅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해 노하우로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 취재팀=강병준 팀장 bjkang@etnnews.co.kr, 김원석, 양종석, 황지혜, 허정윤, 박창규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