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최고경영자) 주가라는 게 있다. CEO에 대한 신뢰가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이 딱 이런 케이스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으로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호령했던 그가 삼성전기 CEO로 부임하자 주식시장이 곧바로 화답했다.
지난해 1월 그가 대표로 부임할 당시 삼성전기 주가는 3만4400원(2009년 1월 말). 1년5개월이 흐른 지금 이 회사 주가는 15만5000원(28일 종가 기준)이다. 박 사장 취임 이후에만 무려 350%나 치솟았다. "요즘 주가가 워낙 좋다 보니 행복한 CEO란 얘길 많이 들어요. 그런데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주가가 천천히 지속적으로 올라줬으면 좋겠어요. 취임 후 실적도 많이 좋았졌지만 주가가 엄청난 속도로 상승했죠. 실적이 아무리 좋아져도 폭발적인 주가 상승속도를 계속 따라잡긴 힘들지 않겠어요? 투자자들은 3만원에서 10만원대로 온 것을 생각하기보다 지금부터 다시 오르길 기대하니까 경영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주가만 오른 게 아니라 실적도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 1870억원(연결 기준)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엔 465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사상 첫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그룹 전자 계열사 내 위상도 이젠 삼성SDI를 능가할 만큼 수직 상승했다. 물론 주력 제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매출 급증과 LED(발광다이오드) 사업 호조세가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박 사장 취임 후 이뤄진 체질 변화도 회사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SCM(공급망 관리)과 사업부제 도입 등 과거 삼성전자 사장 시절 성과가 좋았던 여러 시스템을 삼성전기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이 극적인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취임 1년 반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는데도 박 사장은 아직 성에 차질 않는다. "MLCC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고용량ㆍ고부가가치 제품 면에선 우리가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될수록 업계 1위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돼요. 삼성전자(갤럭시폰)와 애플(아이폰) 간에 스마트폰 전쟁이 격해질수록 앞으로 삼성전기 주가엔 큰 호재가 될 겁니다. 그만큼 수요가 팽창할 테니까요."
통상 스마트폰에는 일반 휴대폰보다 MLCC가 2배 이상 필요하다. 박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 최강자로 떠오른 애플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은 수십 년간 축적돼 온 애플 소프트웨어 기술이 집약된 제품입니다. 우리가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죠. 인정할 건 인정하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스마트폰 못지않게 박 사장이 주목하는 시장은 다름아닌 IPTV(인터넷TV) 시장이다.
박 사장은 "애플과 구글이 IPTV 시장에 출사표를 낸 만큼 머지않아 이 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IPTV 시장이 본격 형성되면 MLCC 등 반도체 부품ㆍ소재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애플에 이어 최근 구글이 소니ㆍ인텔과 연합해 IPTV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관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상당수 콘텐츠 업체들과 함께 IPTV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IPTV에 들어가는 MLCC는 일반 디지털 평판TV에 비해 2~3배에 달한다고 박 사장은 설명한다.
박 사장은 "현재 국내에선 KT와 SK텔레콤 등이 IPTV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애플과 구글이 강력한 콘텐츠를 앞세워 국내에 진입하면 곧바로 위기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요즘 증권가 일각에선 LED 사업 성장세가 내년엔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박 사장 반론은 명확하다.
"LED는 아직 만개하지도 않은 시장입니다. 휴대폰과 TV 일부에 들어가는 정도죠. 아직 시작도 제대로 안 했는데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에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은 한마디로 난센스입니다. 본격적인 LED 사업붐은 조명 사업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맞춰 일어날 겁니다. 가정과 거리 등 우리 주변 모든 조명이 LED로 바뀝니다.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엄청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거예요."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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