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E3와 지스타

 ‘Nothing Between You(당신과의 사이에 아무 것도 없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이 미국 로스엔젤레스 노키아 플라자의 넓은 단상에 오르면서 이 말을 꺼냈다. 세계 최초로 E3 현장에서 ‘닌텐도 3DS’를 공개하면서 특수 안경이 없어도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는 제품의 특징을 이 한 마디로 표현했다.

 세계 최고 게임 업체 CEO가 게임 업계 이슈 제품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였다. 7100석을 가득 메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게임의 미래 모습에 대해 감탄했다. 이와타 사장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에 주목했다.

 비단 닌텐도 3DS 뿐만 아니다. E3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체감형 게임기 ‘키넥트’와 ‘무브’도 그 정체를 드러냈다. 신작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왔다.

 사실 E3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전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코엑스의 1, 3층을 합친 정도다. 관람객도 5만명 내외다. 부스는 체험 위주로 차분히 꾸며졌다. 도우미의 섹시한 의상이나 귀를 울리는 스피커 소음도 찾아보기 어렵다. 흥행 코드는 변변치 않지만 E3는 아직도 변함없는 세계 최대 게임쇼였다.

 E3의 힘은 ‘새로움’에서 나온다. 게임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거인들이 최고의 재미를 주는 제품과 기술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E3에 와야 세계 게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은 상식이 됐다.

 E3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지스타가 오버랩 된다. 지스타는 외형 면에서 E3에 꿀릴 게 없다. 천혜의 관광도시인 부산 전역이 지스타로 도배되고 행사장인 백스코는 세계 어느 전시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관람객은 4일 동안 10만 명을 웃돈다.

 하지만 지스타에는 한 가지가 부족했다. E3에서 볼 수 있는 새로움이다. 작년 지스타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지만 정작 새로운 게임은 많지 않았다. 화려함은 넘쳤지만 관람객의 게임을 즐길 공간은 부족했다.

 지스타에 외국 업체의 참가가 적다는 지적은 아직 이르다. 외국 업체가 주력하는 비디오게임 시장은 한국이 척박하다. 시장이 적은데 참가할 동기부여가 생길 리 없다. 아직은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 게임 업체들에 기대를 거는 편이 낫다.

 안철수 박사는 평소에 ‘핵심 경쟁력’을 강조한다.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키우는데 힘을 쏟기보다 이미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지스타도 마찬가지다. 국제게임전시회라는 단어에 얽매지 말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게임 전시회로 ‘선택과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엔씨소프트 신작을 김택진 사장이 직접 지스타 현장에서 공개한다면 어떨까? 이제 지스타는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스타를 준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은 이제 형식보다 내용에 집중할 때다. 누가 참가하느냐보다 어떤 게임을 처음 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게임산업협회 역시 지스타에서 베일에 가려진 신작을 공개하도록 회원사를 설득해야 한다.

 게임쇼는 게임이 주연이다. 지스타가 다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지극히 당연한 이 명제를 다시 새겨야 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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