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캅(ESCAP)? 새로 생긴 국제 경찰인가?’ 생소한 이름일 텐데, 에스캅은 국제연합(UN) 산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를 말한다. 에스캅은 지금, ‘아태 공동 번영’으로 가는 하이웨이를 깔고, 그 위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에스캅은 ‘아시안 하이웨이(AH:Asian Highway)’ 사업을 한다. 한국 경부고속도로에서 표지판을 잘 살펴보자. ‘AH1’이 눈에 띈다. ‘아시안 하이웨이 1번’이다. 도쿄에서 출발하는 AH1은 부산-경주-대구-대전-서울-문산-개성-평양-신의주를 지나 베이징에 닿고, 멀리 이스탄불까지 이어진다. 부산-동해안-북한-러시아로 이어지는 ‘AH6’도 있다.
노선은 에스캅이 짰다. 회원국 수도, 주요 산업단지, 농업 중심지, 공항, 항구, 관광지 등을 이었다. 32개 국가 87개 노선으로 총 길이가 14만1000㎞에 달한다. 에스캅은 지금,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아태 경제사회 번영을 꿈꾼다.
◇에스캅=정규직만 594명이다. 거시경제정책을 비롯한 여러 사업을 시행하는 국(局)이 7개고, 사업관리국과 행정서비스국이 있다. 1947년 3월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결의해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ECAFE)를 창립했다가 1974년 8월 에스캅으로 거듭났다. 이때 분야를 ‘경제’에서 ‘경제와 사회’로 확대했고, 지역도 아시아와 극동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넓혔다.
제2차 세계 대전으로 피폐한 국가를 효율적으로 원조하는 게 목적이었다. 직접적으로는 아태 지역 재개발을 돕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초기에는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소련, 영국, 미국, 중국, 인도, 필리핀, 태국 등 10개국이 참여했다. 1947년 중국 상하이에 사무실을 낸 뒤 1949년 태국 방콕으로 본부를 옮겼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사회문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1974년에 에스캅으로 이름 바꿨다.
이제 53개 회원국과 9개 준회원을 둔 국제기구로 발전했다. 역외 회원국으로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 참여한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지역위원회다.
◇위상과 목표= 아태지역을 포괄하는 유일한 정부 간 기구다.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 내 5개 지역경제위원회 가운데 하나로 아태지역 경제·사회 분야 개발과 협력을 위한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에스캅 지역 인구는 41억2000만명에 달한다. 세계 인구(65억명)의 60%를 차지한다. 경제 규모도 세계 국가총생산(GDP)의 29%인 약 17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또 세계 평균을 웃도는 GDP 성장률을 유지한다.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태 경제를 재건·개발하고, 경제활동 수준을 향상하며, 지역 내 국가 간 경제적 관계를 유지·강화하는 게 에스캅의 목표다. 역외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의 하나임 것은 물론이다. 역내 국가 간 경제적·기술적 문제와 개발에 관해 조사·후원하고, 경제·기술·통계적 정보를 수집·평가·전파하며, 가용 자원 내에서 지역 국가에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능과 예산= 거시경제정책·빈곤감축·포용적개발, 무역투자, 교통, 환경개발, 정보통신, 재난위험저감, 사회개발, 통계 등 8개 분야별 위원회를 뒀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 개발을 위한 정책·계획과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아태지역에 정보통신 관련 기술을 이전하거나 정보통신서비스를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정보통신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재난위험을 줄이는 데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주요 의제에 포함된다. 재난위험 감소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개발하고, 재난 관리를 위한 역내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재난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기 경보·대응을 목표로 하는 재난위험저감위원회의 업무도 정보통신위원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역내 사회동향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사회개발위원회의 역할도 크다. 에스캅 사업의 우선 순위와 새로운 사회문제를 확인해 대처할 방안을 논의한다. 각종 정책과 사업 경험의 역내 교환과 대화를 촉진한다. 특히 사회개발, 인구, 고령화, 장애인, 청소년, 취약계층, 양성평등, 건강 분야의 국제(UN)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에스캅은 UN으로부터 정규 예산으로 약 9240만달러(2008∼2009년)를 받는다. 다른 국제기구와 공여 국가로부터 비정규 예산으로 2770만달러 정도를 확보해 쓴다. 지난해 한국은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344만달러를 자발적으로 기여해 시선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기술협력과 같은 실질적인 지역개발사업의 씨앗이 됐다. 1974년 인도네시아 출신 마라미스 총장이 취임하면서 협력사업 재원을 유엔 정규 예산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로부터 자발적 기여금을 받아낸 결과다. 일종의 기술원조사업으로서 1974년에는 기여금이 8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1981년에 2100만달러로 올라서는 성과를 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노르웨이, 한국, 스웨덴 등은 기술전문가를 파견해 협력사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에스캅 기술협력사업은 2000년 이후로 300개 이상으로 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에 적잖게 이바지하는 상황이다.
날로 에스캅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해진다. 장차 아태 공동 번영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과 같은 ‘아태연합국’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방콕(태국)=우영규 ESCAP 정보통신기술(ICT)전문역 ykwoo@kc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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