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캐논이 국내 재활용 프린터 카트리지 시장을 고사시키려는 움직임을 재개했다.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는 일본 캐논이 의뢰한 국내 프린터 감광드럼 제조업체 5개사에 대한 ‘레이저 프린터 감광드럼 특허권 침해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이달부터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캐논이 국내 감광드럼 제조기업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특허기술은 카트리지 안에 감광드럼을 연결하는 삼각 기어에 관한 것이다. 카트리지를 재활용할 때 다른 부품보다 감광드럼을 교체하는 일이 잦은데, 이때 카트리지와 감광드럼을 연결하는 삼각기어도 국내 감광드럼 제조업체가 같이 생산해 재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캐논의 삼각기어가 장착된 제품은 HP의 카트리지 15개 제품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카트리지의 40%에 해당된다.
무역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제품의 해외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 캐논은 이와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특허침해 소송이 진행돼 패소하면 500억원 규모의 국내 재활용 카트리지 시장이 300억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캐논은 지난 2001년에도 이번 소송과 같은 내용으로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2006년 1, 2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당시 판결로 파캔OPC는 18억2000만원, 삼성전기는 3억2000만원을 배상했다.
캐논은 이번에도 삼각기어 형태의 카트리지 재생이 성행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기업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토너 카트리지에 대한 재제조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권장한다. 특히 재제조 제품의 제조나 판매를 방해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논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특허권 행사를 통한 로열티 수입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국내 재제조 산업의 자라고 있는 싹을 없애겠다는 의도”라며 “지난번과 달리 소송과 함께 해외 수출까지 막기 위해 무역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방법도 더욱 치밀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캐논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제기하려고 하자 정부의 재제조 활성화 시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직접 캐논을 설득해 소송을 포기시킨 예가 있다”며 “지난 소송 이후 지금까지 재제조 산업 보호나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해 캐논에 타깃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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