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스마트 IT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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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이 ‘애플컴퓨터’라는 회사명에서 컴퓨터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겠다고 선언한 2007년에 이미 TV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거치면서 애플은 다양한 단말기와 콘텐츠를 결합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애플TV가 등장하면 드디어 디지털홈 가전제품의 중심에 서게 된다. MP3플레이어, 휴대폰, TV와 같은 기기의 경쟁력은 일반 고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후발 제조업체에 쉽게 추월당할 수 있다. 그러나 차별화된 서비스와 이를 체험한 사용 경험은 다양한 기기가 출현하면 할수록 마니아층을 더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열풍은 보여준다.

 인터넷 검색업체로 출발한 구글 역시 구글폰에 이어 구글TV까지 선보이고 있다. 아이폰이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것처럼 구글TV나 애플TV와 같은 인터넷 기반의 TV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IPTV 국내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한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폰과 같은 통신에서의 충격이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TV를 통해 방송 쪽에서도 반복될 우려는 없는가. 애플의 앱스토어 자체는 아이폰에 돈을 벌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이용자가 직접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어줌으로써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중심의 폐쇄적 생태계를 이긴 수훈감이다. 구글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안드로이드처럼 TV에서도 누구든 자신만의 TV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IPTV는 ‘오픈 IPTV’를 부분적으로 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한된 공급자 중심의 모델이기 때문에 구글이나 애플의 스마트TV처럼 ‘콘텐츠의 유통창구’면서 ‘원하는 것만 보는 나만의 미디어’ 모델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이용자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IPTV 도입 당시 매체의 성격이 통신인지, 방송인지를 둘러싸고 몇 년간에 걸친 다툼 끝에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시장만 한정하는 폐쇄적 모델을 낳고 말 정도로 경쟁 도입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글의 스마트TV는 편성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웹이 TV 화면으로 나오게 되고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구글이 방송사업자인지, 아니면 광고판매대행업자 내지 광고기획사인지도 헷갈리게 된다. 즉 TV사업자가 방송사업자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 눈앞에 다가왔다.

 스마트폰이 통신사업자의 수익모델을 위협했듯이 스마트TV 역시 기존 방송사업자의 수익모델, 더 나아가서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더 넓은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는 스마트IT의 결과물에 만족하고 이에 비례해 어렵게 통과된 미디어법을 비롯해 기존의 법제와 정책은 글로벌 추세에 뒤처진 낡은 유물로 치부될 위험이 커졌다. 특히 통신과 방송을 구분하고 있는 칸막이 체제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가 홈오토메이션 시장에서 같이 움직이는 세트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는 순간 붕괴될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정작 이를 활용하는 IT지수는 하락할 정도로 시장 활성화가 부족하다면 기술이나 인력·지수의 잘못 등 주위 탓만 할 수는 없다. 우리의 시장구조 자체가 글로벌 스마트IT를 선도할 정도로 혁신적이고 개방적이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자꾸 작아질지 모른다는 모진 성찰과 각오를 할 때다.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bang5555@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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