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이 ‘시베리아 면도날’이란다. 우연히 직원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차갑기가 얼음 같고 날카롭기가 가시 같단다. 백주대낮에 발가벗겨 광장으로 내몰린 느낌이다. 나만 몰랐던 사내 비밀들이 누구나 검색하면 볼 수 있는 블로그에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니 놀랍고도 신기하다. 사무실에선 침묵하던 양들이 인터넷에선 포효하는 사자 같다.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리지 말라고 경고를 해야 하나, 여기서라도 사내 비밀을 파악해야 하나, 말 못할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형님 세대’인 ‘386세대’가 이념의 깃발을 내걸었다면 ‘블로그 세대’는 자유의 깃발을 꽂았다.
자기 정체성이 삶의 목적인 블로그 세대는 주위 눈치를 별로 안 본다. 블로그에 회사 일을 올리는 것도 산더미 같은 일에 파묻혀 억눌렸던 본성을 자신만의 공간에 풀어내는 것이다. 뒤통수를 치려거나 모함을 하려는 정치적 행동과는 무관할 확률이 높다. 상처받지 말고 관찰하자. 사무실에선 침묵하던 그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수다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사무실에서는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만나는 상사에게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블로그에 시시콜콜 적는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조직에선 비밀이 없을수록 수익이 상승한다. 눈 내리깔고 목소리 낮춘 채 무게 잡지 말고 가볍게 농담처럼 먼저 말을 걸자. 식사도 따로 하고 엘레베이터도 따로 타고 테이블도 따로 앉으면서 어찌 그들의 마음을 알아낼 수 있을까. “내 문은 언제나 열려있어, 언제든 들어와서 말해”라는 말은 대단히 민주적인 것 같지만 대단히 고압적인 말이다. 열려있지만 두드리기 어려운 문이 상사의 방문이다. 찾아오기 전에 찾아가자. 하루아침에 친해지고 스스럼 없어지고 솔직해 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 몇번 하다 시들해 지지 말고 끈기를 갖고 매일 시간을 할애하여 그들과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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