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미래 먹을거리다. 삼성은 태양전지와 바이오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수많은 관련업체들이 들썩이게 만들었다. LG도 차세대 조명, 총합공조, 태양전지, 차세대전지 등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지목했다. SK는 석유에너지 사업을 넘어선 환골탈태를 모색 중이다. 이들 한국 대표 기업이 신수종 사업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게 분명하다.
이처럼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세계적인 경영 구루(guruㆍ스승)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세계 50대 경영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에게 한국 기업의 신수종 사업 전략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매일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마르키데스 교수는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전략ㆍ국제경영 학과장이기도 한 마르키데스 교수는 "삼성은 5개 신수종 사업에 동시에 진입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대답에 일부러 느낌표를 찍을 정도로 생각이 확고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신수종 사업 진출에 실패하는데 삼성이 한꺼번에 5개 신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대신 마르키데스 교수는 "한 가지 시장을 선택해 전략을 세워 진출하되 인내심을 갖고 전략을 실천하라"고 충고했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으로 신사업을 시작해야 할까. "기존 시장의 게임 규칙을 깨뜨리는 전략이어야 한다"는 게 마르키데스 교수의 해답이었다. 규칙 파괴자(Rule Breaker)가 되라는 얘기다.
규칙을 깨라니 무슨 뜻일까. 애플의 아이폰을 보면 해답이 보인다. 애플에 휴대폰 사업은 신수종 사업이었다. 그러나 단숨에 노키아 등 기존 시장 지배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비결은 애플이 게임의 규칙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아이폰 이전의 휴대폰 시장은 통신사업자가 장악하고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은 통신사업자가 원하는 앱만을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아이폰은 앱 개발자가 자유롭게 개발한 앱을 소비자에게 팔 수 있도록 `앱 스토어`라는 장터를 만들었다. 아이폰은 소비자들이 통신사업자의 통제에서 벗어나 원하는 앱을 자유롭게 내려받아 이용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아이폰처럼 단기간에 성공을 거두기란 매우 어렵다. 마르키데스 교수는 삼성에 벤처기업에 맞먹는 인내심을 강조한다. "벤처 기업이 적자에서 벗어나는 데 평균 1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삼성이 5개 신사업 각각에서 적어도 10년은 인내하고 기다릴 용의가 있는지, 그 기간에 투입할 돈, 시간, 관심 등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지 묻고 싶군요."
기존 사업의 자산ㆍ역량을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느냐도 마르키데스 교수의 강조점 가운데 하나다. 마르키데스 교수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은) 반도체 등 기존사업과 연관돼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연관성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존사업의 역량을 신사업에서 쓸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는 반도체 등과 생산 공정이 겹치기 때문에 삼성의 기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연관성만으로 신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콘티넨털 등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 시장에 뛰어들어 실패한 것도 그래서였다. 대형 항공사들은 저가 항공 시장도 기존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가치 창출 과정이 기존 시장과 전혀 달랐기 때문에 기존 역량을 활용할 수 없었다.
[매일경제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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