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주변에는 구름이 무겁게 깔렸다. 당초 발사 예정일인 9일 발사 3시간을 앞두고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발사가 연기된 상황이라서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에 열린 한·러비행시험위원회에서 “발사대 소화장치 개선 조치를 포함한 기술적 검토를 거쳐 나로호가 발사에 적합한 상태”라는 결론이 나왔다. 발사 중단 하루 만이었지만 재도전한다는 뜻밖의 소식이었다.
◇오후 1시 30분, 발사시각 발표=오후 1시 30분, 또 한 번의 긴 기다림을 거쳐 나로호 발사 시각이 최종 발표됐다.
10일 미국 익스플로러 위성, 미확인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피하려면 17시 01분에서 17시 40분 사이가 발사 가능한 시간대였고 발사 운용 절차를 고려해 17시 01분으로 발사 시각이 다시 결정됐다. 전날 오후 발사 시각 5시와 1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17시 01분 발사를 100% 확신할 수 없었다.
구름이 최대 변수였다. 발사 운용 단계가 진척될 때마다 하늘을 쳐다봤다.
지난 7일 나로호 발사대 기립 과정에서 전기적 결함이 발견돼 5시간 이상 기립이 지연됐고 9일 소화장치 제어기의 통신 모듈 오작동까지 발생해 발사가 연기된 만큼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까 초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오후 3시 7분, 연료 주입 시작=다행히 9일 문제가 발생했던 2시를 지나 2시 20분께 “산화제 공급시스템의 냉각이 완료됐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구름의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는 실시간 분석 결과가 전해지면서 발사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다.
발사 2시간여를 앞둔 3시 7분, 발사 준비 마지막 단계인 산화제를 주입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40여분에 걸쳐 연료주입이 완료되고 16시 6분에는 액체 산소 충전까지 끝났다.
4시 31분 발사대에 부착됐던 기립장치 철수가 시작됐다.
오후 4시께 구름 상태를 최종 확인한 결과 17시 01분 발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드디어 발사다.
15분 전. 발사지휘센터(MDC)에서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 19일 자동 카운트다운 이후 발사 7분 56초를 남겨두고 소프트웨어 오류로 아쉽게 발사가 중단된 적이 있어 1초 1초가 피말리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1분 전, 초 단위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오후 5시 01분, 발사=발사 3.8초 전부터 나로호 1단에서 화염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해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엄청난 굉음을 내뿜으며 나로호가 하늘로 힘차게 솟아올랐다. 며칠간의 문제 발생과 연기 이후 온 국민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본 발사였지만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릴 정도로 시원스럽게 솟구쳤다. 발사 후 1분 여 뒤 ‘음속돌파’ 안내방송이 나왔다. 폭파 등의 위험성이 높은 단계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 지난 1차 때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페어링(위성덮개)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곧 ‘위성궤도 진입 실패’로 결론이 나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 5시 9분, 나로호 통신 두절=그런데 통제동으로부터 이륙 후 215초대에 나와야 할 ‘페어링 분리’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단계인 1단 분리, 2단 점화 등의 시점이 흘렀지만 역시 방송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나로호 이륙 후 정확히 8분 뒤인 17시 09분, 갑자기 “나로호와 통신이 두절됐습니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비록 지난해처럼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또다시 통신 두절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나로우주센터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그리고 18시를 조금 넘긴 시점, 위성 자체 신호를 추적하던 중 나로호가 고도 70㎞ 상공에서 추락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전달됐다. 정확한 데이터를 분석해봐야겠지만 나로호가 추락 후 폭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륙 성공에 대한 환희로 들떴던 나로우주센터는 무거운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고흥(전남)=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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