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데스크칼럼-SCM 선도기업의 교훈

 매년 이맘 때면 공급망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AMR리서치가 발표하는 ‘AMR 공급망 톱25’ 보고서를 기다린다. 특히 과거 톱25 순위에 들었거나 순위 진입을 기대하는 기업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필자는 두 가지 이유로 이 보고서를 기다린다. 전체 순위 변동과 주요 이슈도 궁금하고, 국내 기업들이 순위에 포함됐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AMR리서치를 인수한 가트너는 며칠 전 ‘2010년 AMR 공급망 톱25’ 보고서를 내놨다. 톱25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올해도 삼성전자 뿐이다. 관심을 모았던 LG전자는 순위에 오르지 못하고 가트너가 주목하는 후보업체로만 언급됐다. 삼성전자 외에는 2000년대 중반 포스코가 톱25에 한번 포함된 것이 유일하다.

 전체 순위 변동과 주요 이슈 측면에서 보면, 올해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메시지를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이 3년 연속 1등을 했다는 점이나 P&G가 전체 기업 중 유일하게 6년째 톱 5에 들었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RIM, 아마존닷컴, 맥도널드 등 무려 5개사가 올해 톱25 순위에 새로 진입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중에서 특히 아마존과 맥도널드가 공급망관리(SCM) 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아마존은 온라인 시장에서 확고한 가치사슬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 큰 점수를 얻었다. 아마존은 IP 가치사슬 영역에서 e북, 클라우드 서비스, 협력사 브랜드 지원 등을 통해 확실한 수직 통합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가트너는 평가했다. ‘디지털 SCM’ 역량을 높이 산 것이다.

 맥도널드는 햄버거 재료로 사용되는 각종 농산물 소싱 역량과 프로모션에 소요되는 파생상품, 장난감, 각종 패키지는 물론 복잡한 물류 네트워크 등 소비자 가치사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맥도널드가 인도에 첫 매장을 열기 전에 무려 6년간 현지 농부들을 교육시키고 저온 유통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점은 SCM 역량이 사업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를 잘 설명하는 좋은 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톱25에 등극한 기업들은 경쟁사에 비해 재무적으로 훨씬 성공적이라고 한다. 기업의 재무적인 건강성을 측정하는 모형 중 하나인 알트만 Z스코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톱25에 등재된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4.439에 달했다. 경쟁사들의 평균 점수는 한참 뒤처진 2.99였다. 알트만 Z스코어 이론에 따르면 2.99 이상의 점수는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며, 1.81 미만일 경우 도산의 위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SCM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가트너는 ‘탁월한 수요관리 능력’(Demand-Driven Excellence)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고객, 공급업체, 임직원에 이르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실시간 수요 신호를 재빨리 포착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능력을 키우려면 탁월한 운영 능력(operational excellence)과 탁월한 혁신 능력(innovation excellence)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갖춰야 한다.

 탁월한 운영 능력이란 전체 공급망의 비용 최적화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쥐어짜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흔히 SCM에서 강조하는 재고 절감, 생산 판매 동기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탁월한 운영 능력이란 현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개념이다.

 탁월한 혁신 능력이란 적기에 제품을 출하하고 적기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의 요구를 개척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애플 아이폰이나 아마존 킨들이 탁월한 혁신 능력의 대표적인 예다.

 탁월한 운영 능력과 탁월한 혁신 능력을 함께 갖춰야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고, 더 높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SCM 역량은 기업 경영 역량의 총체이자, 비즈니스 혁신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는 최적화와 혁신을 위한 도전.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바로 톱25 보고서가 주는 시사점이다.

 박서기 CIO BIZ+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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