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양산 경쟁력을 태양전지 사업 경쟁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평판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로 꼽히는 일본 요코하마 ‘FPD인터내셔널’. 매년 최첨단 LCD 신기술로 무장한 채, 후발 업체들에 으름장을 놨던 일본 샤프가 지난해 행사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예년과 달리 전시관의 반을 할애해 직접 생산한 태양전지 제품들을 대거 전시해 놓은 것이다. 2009년 트렌드였던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분야에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에 자존심을 구겼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LCD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향후 태양전지 산업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샤프는 지난 2006년까지 약 50년간 태양전지 분야 세계 1위를 굳건히 지켜온 기업이다.
◇제2의 LCD, 태양전지=주로 전문기업이 독주해왔던 태양전지 분야에 국내 LCD 패널 업체들이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LCD 기업들은 앞으로도 디스플레이를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겠지만 디스플레이 산업이 예전처럼 고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실험실 차원에서 이뤄지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실제 사업화에 나설 시점을 저울질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태양전지 제조 공정이 증착·노광·식각 등 전통적인 반도체·LCD 공정을 그대로 따른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 대비 진출하기 수월한 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비정질실리콘(a―Si)’·‘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등 박막계열 태양전지는 유리기판에 각종 화합물을 입혀 소자를 생산한다는 면에서 LCD 제조 라인과 매우 유사하다. LCD 생산능력·기술 분야 세계 최고인 한국 업체들이 태양전지 산업에서 비교적 손쉽게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게 움직이는 점도 기업들이 태양전지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원인이다. 지난 2008년 말 경제위기 직후, 국제유가는 줄곧 1배럴당 100달러 미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지난 4월에는 다시 90달러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화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원가 차이가 줄어 태양광 업황이 호조를 띄게 마련이다. 향후 석유자원 고갈 탓에 유가가 필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태양전지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삼성전자, 우선 결정형 태양전지부터=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9월 경기도 기흥사업장 내에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개발(R&D) 시설인 ‘PV라인’ 가동을 통해 태양전지 사업의 첫발을 뗏다. R&D 라인이라고는 하지만 생산능력은 연산 30메가와트(㎿) 규모에 달한다. 웬만한 태양전지 전문 업체들의 초기양산 규모에 달하는 물량이다. 지난 3월부터는 외부 모듈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태양전지 모듈을 생산, 일부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LCD 사업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PV라인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를 국산화했다. 국산 장비 사용 비율이 85%에 이른다. PV라인의 본격 가동과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양산라인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결정형 외에도 a-Si·CIGS 방식 등 박막형 태양전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370x470㎟ 기판에서 a-Si 광변환효율 10.4%를 달성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이건희 회장이 직적 나서 태양전지 분야에 향후 10년간 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언제 대규모 라인구축에 나서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LG디스플레이, 박막 태양전지 올인=이에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박막 태양전지 사업을 육성할 것을 천명하면서 관련 산업에 뛰어들었다. 광변환효율 12%를 올해 안에 달성, 본격 양산 투자에 나선다는 목표다. 오는 2012년에는 14%까지 끌어올려 전력 11와트(W) 당 생산원가를 1달러 미만으로 낮춤으로써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대면적 고속 증착 장비·고효율 광흡수층 재료·고투과율 투명 전극 등 핵심 재료 및 장비 개발을 통해 후방산업 국산화율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지난 2008년부터는 ‘지식경제부 전략기술개발사업’ 국책과제에 국내 장비업체·연세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참여하여 ‘하이브리드 태양광반도체 장비 기술 개발’ 과제를 주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존 TFT LCD 생산라인 구축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박막형 태양전지 제조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의 광변환효율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박막 태양전지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방식으로 모든 연구개발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전략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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