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취재수접 - 기술의 역할은 기술에서 그친다

 개인 PC에 문서를 저장하지 않고 하나의 서버에 문서를 일괄 저장하는 문서중앙화가 제조기업에 이어 금융권 등 다른 산업은 물론 중소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서중앙화는 일하는 방식에 근몬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문서중앙화를 구현한 기업들은 예전처럼 각 PC에서 개인이 자료를 관리할 때에 비하면 문서 관리와 유출 측면에서 IT 책임자들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고 토로한다.

 중앙서버에 저장된 모든 문서를 IT관리자들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다 보니 이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책임지고 싶지 않다”며 많은 IT담당자들은 문서관리 혁신 프로젝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많은 회사에서 경영진의 강력한 권고가 있는 후에야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회사는 ‘책임론’을 들먹이며 솔루션 회사들의 권유를 실무 선에서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최신 정보기술을 이용해 정보와 노하우를 한 군데에 모으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이 무형자산을 관리하고 제대로 활용 및 통제할 역량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사후 문제가 발생할 때에 대비해 역할과 책임(R&R)을 분명하게 하지 않은 데서 오는 현상이다. 최근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정보가 손쉽게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논란과 오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비단 문서중앙화 프로젝트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본사에서 전 세계 시스템을 관리하게 되면서 본사의 책임과 권한이 한층 더 강화되는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ERP 추진 기업들의 경우에도 이 같은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최근 GSI ERP를 추진한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GSI ERP 추진 이후 문제가 발생되면 모두 본사 시스템 운영자의 책임이 되니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가 시급하지만 고급 인력의 야간 교대근무가 쉽지 않고 큰 문제 발생 시에 더 큰 혼란”이라고 걱정했다. 정보는 모였지만, 이를 뒷받침할 조직적 체계나 프로세스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서 오는 혼란이다.

 이런 혼란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지원할 프로세스와 인적 자원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한 ‘기술 도입’에만 연연한다면 매번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이런 문제를 벗어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앞서 문서 중앙화를 구현한 몇몇 기업들도 처음에는 통제와 관리에 대해 고민하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후속으로 컨설팅에 나선 경우도 있다. 신기술은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이네이블러(enabler)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IT기반의 비즈니스 혁신을 추진할 때 항상 명심해야 할 원칙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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