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KEPCO 재통합 문제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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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쯤 나올 때가 됐는데….” “재통합으로 갈까, 아니면 부분통합일까.” “어떤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까.”

 요즘 전력 업계 관심사는 온통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쏠려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한 KDI의 연구용역 결과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KEPCO(옛 한국전력)는 물론이고 발전 자회사·전력거래소·발전노조 등 이해 당사자들은 KDI 용역연구에 대한 조바심이 나있는 상태다. KDI의 용역결과는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관한 법률에 따라 KEPCO와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발전 5개사로 분리된 한전그룹(?)에 메가톤급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책 결정 당사자인 지식경제부는 물론이고 용역을 수행하는 KDI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경부는 이번 연구용역 추진은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번 용역과 관련해 지금까지 KDI에 지금까지 어떠한 ‘시그널’도 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KDI 입장에선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닐 것이다. 용역 연구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발주자의 의중을 무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간 지경부는 KDI의 용역 보고서를 받아 정부 방침을 결정한 후 내주 후반께 공청회 형식의 정책토론회를 열어 최종 보고서 내용을 공개할 모양이다.

 하지만, 업계엔 이미 온갖 시나리오가 나돈다. 가장 먼저 나온 시나리오는 원전수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을 KEPCO에 통합시키는 안이다. 작년 말 날아온 UAE발 원전수출 쾌거를 이어가야 한다는 포석이 깔린 안이다.

 발전 자회사를 석탄·가스 등 발전소 연료별로 묶는 방안이 하나 있다. 송전부문은 그대로 두되 배전 부문을 분리해 2, 3개 지역별로 묶는 시나리오도 있다. 김쌍수 사장 취임 이후 KEPCO가 계속 강조해 온 ‘ONE KEPCO’도 여러 가지 안 중 하나다. 발전사들이 연료를 구매할 때나 해외로 진출할 때 창구 단일화(싱글 윈도) 전략을 통해 효율화를 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KEPCO의 이같은 주장에 일부 발전 자회사나 업계 일각에서는 ‘독점적인 과거로의 회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발전사를 민영화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대통령이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2001년 발전사 분할 이후 남동발전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여론과 발전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애초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는 ‘경쟁을 통해 효율을 추구하자’는 데서 시작됐지만, 2004년 구조개편 작업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과도기적인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경쟁을 통한 효율화가 좋을 수 있고 효율화를 위한 통합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다만, 과거에 ‘경쟁을 통해서 효율을 추구하자’고 정책을 결정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기왕에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라면 과거에 내린 결정이 옳았건 틀렸건 다시 한번 따져보고 다른 방법(완전 통합이든 부분 통합이든)을 생각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린데일리·주문정 부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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