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치타와 하이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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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EEE ICC 2010 학술대회가 최근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다. 학술대회 및 튜토리얼 참석을 하면서 밤에 TV를 켰다. 날랜 치타가 초원에서 가젤을 사냥했는데 마침 주위에 군집생활을 하는 하이에나 수십마리가 원을 그리며 맴돌지 않은가. 그러기를 수십분 후, 표범 같은 치타는 수십마리 하이에나의 위력에 눈치만 살피면서 꼬리를 내리고 어슬렁거리며 사라진다. 초원에서 혼자 사는 치타는 먹이를 다 사냥했는데도 먹지 못하고 도망갈 수밖에 없다. 물론 사자도 달려드는 수십마리의 하이에나를 절대로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글의 법칙은 산업체나 대학, 사회, 개인, 국가 등에서도 적용된다. 며칠 전 신문보도에 의하면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애플의 시가 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IT기업 가운데 1위에 올라섰다. 10년 만에 MS가 반토막이 난 반면에 애플은 14배나 뛰어올랐다. 애플은 스티븐 잡스가 CEO로 복귀한 뒤 2001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2003년엔 온라인 음악서비스 아이튠스를, 2007년엔 아이폰과 휴대폰 시장을, 2010년엔 태블릿 아이패드로, 즉 유선에서 무선으로, PC에서 디지털 휴대폰 기기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공조 네트워크의 결과다. MS는 치타와 같이 자기의 날쌘 동작만 믿고 PC 운용체계 윈도시리즈의 보완에 그친 결과가 아닐까.

 구글 검색 엔진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래리 페이지의 역행렬 랭크 알고리듬인데, 1999년 스텐퍼드 연구과제다. 즉 시스템 역행렬 고유 값을 고속으로 구하는 역행렬 거듭 제곱 반복 알고리듬이 성공한 것이다. 구글의 특징은 협동 검색어이다. 구글은 검색어와 빈도 수로 사회적 동향을 예측하는 연구를 해왔다. 수십만~수백만명의 검색 패턴을 분석하면서 전체적인 사회 집단의 움직임이 파악되는 데 따른 고도의 수학적 알고리듬이 접목된다. 즉 미래 예측에 대한 신의 영역에 도전되는 새로운 예지력이 창조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몇 달이나 걸린 작업을 구글은 해당 검색어로 순식간에 해치운다. 따라서 구글은 소비자들의 검색 패턴을 통해 소비 형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수학 알고리듬과 결합함으로써 첨단 광고 비즈니스를 창조했다. 이 모두가 소비자의 단말기와 최소한(기지국) 사이의 협동 결과다.

 ICC 2010 통신학술대회는 통신 분야 최고 학술대회로 논문의 주요 이슈는 하이에나와 같은 협동과 릴레이, 네트워크 코딩이다. 최근에는 발표 논문 3분의 2가 홍콩과 중국 논문이 판을 치고 있다. 중국 논문들이 질도 좋지만 영어 발표도 우수하다. 일본은 통신 학술 대회에서 발표 논문이 가뭄에 콩 나는 격이 됐다. 일본의 도쿄대가 영국 QS사 대학평가에서 아시아권에서 홍콩대에 한참 밀린 5위에 그쳤지만, 홍콩대가 1위, 홍콩과기대가 2위, 홍콩중국대가 4위, 서울대가 6위다. 홍콩대의 경우 훌륭한 연구결과가 나오는 것은 세계 각국 일류 교수와 우수한 학생들을 초빙, 하이에나와 같은 공조 네트워크 탓이다. 국내 우수 대학이나 삼성 등 일류 기업도 치타와 같이 독자 방식으로 한다면 ‘밀림의 정글’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부디, 치타의 운명이 안 되길 바랄 뿐이다.

 이문호 전북대 WCU 이동통신 사업단장 moonho@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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