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벤쿠버 올림픽’의 여세(?)를 몰아 ‘남아공 월드컵’도 혼자 갈 모양이다. SBS는 지난 25일 월드컵 단독중계를 선언했다. 더는 협상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일전 승리를 계기로 월드컵 열기가 고조됐다. SBS는 단독 중계로 돈을 좀 더 벌고 브랜드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잃는 것도 있다. SBS는 중계권 재판매 협상 과정에서 독불장군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런 이미지가 쌓이면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자칫 독점은 독선을 낳고, 독아(毒牙)를 부를 수 있다. 이것이 ‘이미지의 법칙’이다. 온라인에서 SBS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아무리 정당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SBS의 이번 결정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가기간방송’의 기간 대표 채널만이라도 공조할 방법이 전혀 없었을까. SBS가 주장하는 ‘보편적 시청권’도 그렇다. 이 영역에선 국가기간방송을 이길 수 없다. 기간방송은 방송법이 명시한 대로 국가 비상시에 국가를 대표하는 방송이다. 현대의 국가 기간방송은 재해방송, 민방위 훈련 등 사이렌만 주관하는 역할로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올림픽’과 ‘월드컵’ 은 국민적 관심사, 국가적 대사가 되었다. 국가기간방송이 이런 이벤트를 담당하고 소화하지 못한다면 그 존립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
SBS가 월드컵 대전에서 우위를 점한 현실을 개탄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상업방송이 탁월한 영업력과 고액의 중계료를 감당할 자본력으로 독점으로 가는 상황이 됐다. 냉엄한 시장을 생각할 때 SBS에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발휘하란 얘기를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SBS가 바야흐로 성년의 문턱에 와 있다. 연말이면 창사 20주년이다. 삼성이 소유했던 TBC는 17년을 유지하다 KBS로 넘겨졌다. 동아일보가 소유했던 DBS는 18년을 방송하다 KBS ‘라디오서울’로 이관되어 10년을 기거하였다. 그 후 1990년에 SBS 자산으로 이관됐다. 이 전파를 기반으로 SBS는 서울지역방송으로 허가를 받고 출범했다. 사명도 소문자 sbs서울방송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SBS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여 전국방송 체제를 갖췄다. 이제 종합매스미디어 그룹으로 일취월장해 돈도 많이 벌고 사옥과 시스템도 최첨단화함으로써 그 위용을 자랑한다.
방송중계권은 ‘벤쿠버에서 남아공까지’ 피곤할 정도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가 되었다. 방송3사가 하나같이 자사이기주의적 발상 하에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양상이다. 고소고발이나 비리 들추기까지 물고 물리는 상황이 안쓰럽다. 국회도 입법 규제의 책임이 있다. 조정능력을 상실한 방송통신위원회도 큰 문제다. 유일한 해결방안은 SBS의 결단뿐이다. 특히 대주주, 경영진의 큰 마음을 기대한다. 성년 SBS가 공조정신, 국민을 배려하는 미덕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SBS가 20년 가까이 크게 성장 했다지만,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키는 90%를 무료로 커버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국가기간방송 대표채널과의 협상만이라도 다시 하기를 기대한다. SBS가 보편적 시청권 영역에서 국가기간방송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김성호 객원논설위원ㆍ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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