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생태계로서의 콘텐츠 산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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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산업에는 두 가지 신화가 있다. 첫 번째 신화는 천재 혹은 스타 크리에이터에 의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믿음으로, 인구감소보다 시급한 인재감소를 방치하는 문화정책에 대한 장탄사가 부록으로 따라온다.

 두 번째 신화는 신기술에 기반한 신형 기기의 등장에 의해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믿음이다. 이 신화도 신형 기기를 활용한 콘텐츠 생산의지의 박약에 대한 장탄사가 따라온다.

 그러나 출시 2년 만에 5000만 사용자 돌파, 1년 반 만에 10만개의 다운로드 콘텐츠를 확보한 애플 ‘아이폰’의 성과는 모바일 기기 최초로 1GHz를 돌파한 기술적 장점도 아니고, ‘해리 포터’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원천 스토리의 힘도 아니다.

 이전 보다 자유로워진 콘텐츠 생산방식과 직관적인 ‘아이폰’과 ‘아이튠즈’, 그리고 경영철학에 의거한 보수적인 유통망과 콘텐츠의 네트워크가 이루어낸 성과이다.

 대중문화의 시대 콘텐츠 산업은 사용자의 기호와 불가분의 관계인만큼 생산된 콘텐츠는 ‘지금, 여기’의 라이프스타일과 미디어를 통해 경험해야 한다. 즉 우리의 생활 경험을 구성하는 기기와 미디어에 대한 적확한 인식과 반성적 검토를 토대로 개발된 콘텐츠가 아니면 문화적 토양에 뿌리내리기 힘들다.

 천재가 탄생하고 세계 최초의 신형 기술이나 기기가 개발되고, 수백 억원을 들여 신화창조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경험하고 환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신화(神話)’는 결국 대책없는 욕심이 만들어낸 ‘신화(身火)’일 뿐이다.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신화가 가지는 약점은 콘텐츠를 천재의 창작품 혹은 기술의 결과물로만 본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창조적인 작품은 다양한 매체와 기술환경 속에 콘텐츠로 자리잡을 때 그 가치가 평가받고, 새로운 기술은 창조적인 콘텐츠를 사용하는 순간에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콘텐츠를 매개로 맞물려 있는 창조적인 힘과 기술을 동시에 포착하기 위해서 콘텐츠 산업을 기술과 창조적인 힘이 함께 묶여 있는 생태계로 이해해야 한다.

 이제 신화를 버리자.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천재를 향한 러브콜도, 신기술 예찬도 아니다.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과 제작자의 창조적 힘을 교직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비로소 콘텐츠 산업의 비즈니스 전략이 나올 수 있다.

 첨단 기기를 만들어 내는 대기업들은 기술을 구현해 콘텐츠를 만들어낼 제작자와 만나야 한다. 오픈 마켓을 만들었으니 할 일 다했다는 논리는 기술적 오만이다. 겸손하게 기술을 사용할 제작자를 찾아야 한다. 고독한 작가의 원형 찾기도 멈추자. 콘텐츠 제작자는 사용자의 취향과 사용기기, 그리고 매체에 따라 끝없이 변주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있다. 박제된 신화를 초혼하는 정책적 실족을 교정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가 공생하는 풍요로운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사람’과 ‘기술’이 만나는 문화생태계가 마련돼야만 비로소 사람을 위한 기술 개발과 기술에 기반한 콘텐츠 생산이 이뤄질 수 있으며, 그것이야 말로 한국적 콘텐츠 산업의 자랑스러운 성적표가 될 것이다.

 박상우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sugy@madorde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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