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또 한번 느끼고 싶은 신선한 충격

 IT 때문에 온 국민이 신바람나던 시절이 있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위상에, IT벤처 열풍이 뜨겁고 국산 휴대폰과 컴퓨터의 수출이 급상승했던 때 말이다. 러시아나 남미는 물론, 히말라야 산골까지 즐비한 ‘메이드-인-코리아’ 전자제품을 보며 ‘한국 사람들 정말 지독하다.’라면서도 내심 흐뭇했었던 그때, IT코리아의 성공요인을 물어오는 해외정부기관의 문의 때문에 나까지 덩달아 바빴던 그때가 불과 5∼6년 전이다.

근데 요즘은 아니다. 희소식이 잘 안 들린다. 천안함 침몰, 4대 강 개발, 세종시 논란, 방송사 파업, 좌파 논쟁, 검찰 스폰서, 교육계 비리, 지방선거 분란과 같은 정치사회적 이슈는 그렇다고 치자. 귀에 들리는 건, 온통 애플과 구글이라는 이름들뿐이요,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우리나라의 IT경쟁력 추락소식이다. 진정 우리의 IT강국은 허상이었던가.

왜일까. 어디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부의 해체가 그 이유인가. 글쎄다. 성급한 정부조직개편을 되돌리기 어렵지만 어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죽은 자식 OO 만지며’ 한탄만 하랴. IPTV와 DMB와 와이브로 활성화에 늑장 대응한 결과도 아니리라. 따지고 보면 어차피 폭발력 강한 서비스들은 아니지 않았던가. 통신사업자들의 안일한 사고나, 차세대 스마트폰에 대한 제조업계의 실책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쯧쯧∼ 한국인의 몸 안엔 IT유전자가 흐른다고 자랑했었거늘!

정말 왜일까. 난 그 이유를 억압된 창조문화, 폐쇄된 관료주의, 그리고 미래비전의 부재에서 찾아본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강연장을 활보하는 청바지 차림의 벨 게이츠나 까만 티의 스티브 잡스와 견줄만한 한국인이 도무지 연상되지 않는다. 대중강연은커녕 오히려 언론을 꺼리는 재벌 총수나 아직도 규제의 힘에 의지하는 듯한 관료들의 모습에서 아이폰 충격의 해법이 그려질 리 만무하다. 비록 거품은 있었으되 과거 뜨거웠던 IT벤처 창업시대를 다시 맞이하고 싶다. 자발적 창조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아 젊은 영웅들이 날지 못한다면 IT강국은 사라진 꿈에 불과하리라. 한때 비난을 받긴 했지만 청와대 인터넷게시판 글에 댓글 붙이며 즐기던 탈권위주의적 개방형 대통령도 새삼 그립다. 사실은 IT관점에선, 홀로 스마트폰을 즐기고 트위터로 소통하는 보수 아닌 진보사상의 대통령을 빨리 보고 싶다. 나아가 IT코리아의 비전이 또다시 중요하다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제발 비인기학과로 전락한 컴퓨터공학과에 학생들이 다시 몰리는 정책을 펼쳐 젊은 두뇌들이 미래를 선도해주길 소망한다.

며칠 전, 청와대 IT특보가 국가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젠 나 역시 최근 손자까지 본 할아버지 주제인데 무슨 미래를 논할 자격이 있겠는가. 우선 대통령의 손에 최신 스마트폰부터 쥐어드리라고 건의할까. 엄청난 뉴스감인데 솔선수범까진 무리이리라.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또 다른 젊은 ‘김연아’와 ‘비’들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T인물 100인에 뽑혔다는 또 한번의 신선한 충격을 온 국민이 느끼도록 만들어 달라고만 부탁할까 싶다.

이주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jhl10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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