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넥슨이 해야 할 일

 넥슨 전성시대가 열렸다. 국내 유력 게임업체와 벤처캐피털은 물론이고 중국 주요 게임 업체들까지 눈독을 들였던 게임하이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6일 알려진 양사의 양해각서 교환으로 넥슨은 게임하이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넥슨은 게임하이가 발행한 7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 일종의 계약금까지 냈다.

이번 인수가 별 탈 없이 마무리되면 넥슨은 업계 1위 자리를 굳힌다. 매출만 보더라도 올해 1조원 돌파가 떼놓은 당상이다. 말이 1조원이지 단군 이래 콘텐츠 산업에서 유례가 없는 실적이다. 게임 라인업도 온라인롤플레잉게임에서 일인칭슈칭(FPS)게임, 캐주얼게임 등 전 장르를 망라한다. 3년 전만 해도 업계 3위였던 넥슨이 외형 면에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지만 넥슨은 해야 할일이 더 많다. 넥슨의 성장은 적절한 인수합병이 한몫했다.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라는 넥슨의 원투펀치는 모두 인수의 결과물이다. 최근에 인수한 엔도어즈의 ‘아틀란티카’나 인수가 유력한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작이다. 인수합병은 시장 경제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다만 넥슨 정도의 위치라면 인수합병과 함께 소규모 개발사를 태동기부터 지원, 게임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최근 만난 유력 게임 업체 관계자는 “경력사원을 모집하면 마케팅이나 영업 인력은 넘치지만 개발자들은 수도 적고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 업계가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검증된 게임을 찾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중소 개발사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덧붙였다.

넥슨은 이제 중소 개발사를 지원해야 한다. 개발 자금만 던져 주고 채근하는 모습이 아닌,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전달해주며 제2, 제3의 넥슨을 키워야 한다. 게임 산업에서 중소 개발사는 뿌리와 같은 존재다. 뿌리가 없으면 줄기도 잎도, 열매도 없다. 넥슨 같은 업계 선두주자가 수천억원을 들여 검증된 게임업체만을 인수한다면 단기간 동안 달콤한 열매를 많이 수확하겠지만 결국 몇 년 지나지 않아 뿌리가 말라 앙상한 잎만 남을 수도 있다.

일본 닌텐도는 일단 파트너로 인정하면 아무리 작은 개발사라도 게임의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개발사는 닌텐도는 믿고 닌텐도는 개발사와 이익을 나눈다. 그 결과물이 세계 시장을 흽쓴 닌텐도DS와 닌텐도 위(Wii)로 나타났다.

넥슨은 아울러 1위 사업자에게 쏠리는 사회적 관심과 질책도 감수해야 한다. 게임 업계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청소년 게임 과몰입 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에서 넥슨은 청소년 심야시간 게임 이용 제한이라는 매우 강도 높은 자율규제안을 내놨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 내놓은 대책이라 그 가치가 높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율규제안을 내놓는지에 달려 있다. 가장 앞장 선 넥슨이 자율규제안을 미룬다면 게임 업계 전체가 그 오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 1등은 오르기가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 힘들다.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 게임 업계를 주도하는 넥슨을 기대해본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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