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소수 되려거든 선택과 포기 확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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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기업가는 대기업 회장님에 대해 쓴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벤처 1세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길수 영진닷컴 대표는 지난주 건국대학교에서 일반 벤처사업가와 벤처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벤처기업가 정신’이란 주제의 특강을 가졌다.

 그는 “벤처기업은 같은 분야 중견·대기업과 물리적 특성이 비슷할지 몰라도 화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회장이 쓴 책’은 곧 기존 성공 기업의 화학적 특성을 빗댄 말이다.

 김 대표는 가장 큰 화학적 특성의 차이는 “디테일이 강조된 시스템 없이는 벤처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벤처와 기성 기업의 다른 점은 규모나 업종보다 시스템입니다. 벤처 기업에는 무엇보다 ‘디테일’이 잘 짜인 시스템이 적합합니다. 기성 기업을 흉내내며 디테일에 무신경해지면 ‘죽음의 계곡(벤처기업이 연구개발 후 기술사업화 단계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빠져 나오기 힘듭니다.”

 그는 ‘선택과 포기’ 역시 벤처기업가가 꼭 갖춰야 할 미덕으로 제시하며 성공적인 사례로 키움증권의 사례를 들었다. 키움증권은 오프라인 기반 없이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 관련 시장 점유율이 13%에 이를 정도로 강한 입지를 구축했다.

 “키움증권이 시작할 때 다른 대기업 증권사들도 모두 온라인 서비스를 했습니다. 하지만 수백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점포들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 내 온오프라인 상충, 즉 카니발리즘을 우려해 온라인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키움증권은 과감히 오프라인을 포기하고 온라인에 집중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증권사지만 화학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 겁니다. 그 결과, 처음에는 대형 증권사의 한 팀 규모에 불과했던 회사가 지금은 시장점유율 10%를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또 김 대표가 강조한 특성은 “벤처기업가는 반드시 ‘창조적 소수’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사라지지만, 창조적 소수의 유(類)에 속하는 기업가의 벤처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을 하다 보면 경영자의 독자적인 판단이 사운을 결정하는 시기가 수도 없이 많이 찾아옵니다. 벤처는 집단지성의 발현이 쉽지 않은 구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창조적인 생각을 해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리더십 또한 성찰을 통한 인격적인 매력에서 나옵니다.”

 그는 격한 비유를 들며 ‘창조적 소수’가 무엇인지 강조했다. “나도 처음에 사업계획을 들었을 때는 이재웅 씨(인터넷 포털 ‘다음’ 창업자) 가 제정신인지 의심했습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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