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취재수첩 ‘2기’차세대 프로젝트 유감

 “한국 시장은 정말 독특합니다.”

 최근 방한한 글로벌 IT업체의 보험 산업 전문가들이 빅뱅 방식의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일상화된 한국 금융IT를 두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말이다.

 현재 대형 보험사 세 군데가 ‘2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3사 중 한 군데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돌입했고, 나머지 두 곳도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연내에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보험사들이 예외 없이 빅뱅 방식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사실 이는 보험 업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업계는 물론이고 제조, 통신, 공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빅뱅 방식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차세대는 무엇이 그렇게 독특한 것일까. 보험 산업을 예를 들면 국내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 빅뱅 방식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기존 정보시스템을 사실상 완벽하게 대체했다. 그 후 7∼8년이 지났다. 최신 기술을 적용했던 그 시스템들이 다시 복잡해지고 예전과 같이 골칫덩어리로 변했다. 이번엔 소위 ‘차차세대’ 시스템을 만들어 ‘과거’ 차세대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한 기업의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그럼 외국은 어떨까. 글로벌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비즈니스 영역별로 컴포넌트 방식의 시스템을 구성해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단계별로,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기술이 많이 발전한 지금도 여전히 그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기반과 구조를 잘 다져 놓은 후 지속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수명을 연장해 나가고 있다.

 1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때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오픈시스템 환경으로 교체했고 기간업무 위주로 시스템을 개선했다. 1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정보시스템 기반은 다져 놓은 셈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기반 위에 제대로 된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갖추지 못했다면 무조건적인 재구축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시스템 현대화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아키텍처 재정립이나, 부문별 시스템 개선 방식의 리모델링 식으로 말이다. 기업마다 빅뱅 방식의 2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분명하겠지만 모든 기업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획일적으로 신시스템 구축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한 번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대형 IT 프로젝트의 실패 사례가 종종 눈에 띌 정도로 프로젝트 리스크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독특한 차세대 구축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세계적인 추세에 배치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함이 아니라 ‘정말 대단한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의미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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