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수억원을 들여 국제 품질인증인 CMMI 인증을 받고도 정작 개발 과정에선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CMMI 인증을 받은 회사의 제품이나 그렇지 않은 회사의 제품이나 결함(버그) 발생 수엔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비뚤어진 국내 SW업계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쓰지도 않을 국제 인증을 취득한 것은 공공기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일종의 ‘스펙 쌓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말이다. 글로벌 SW업체들이 SW품질 향상을 위해 국제 인증 획득과 이 프로세스 준수에 사활을 거는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이런 비뚤어진 관행은 금방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TTA 연구사례에도 들어났듯이 A업체는 1500개가 넘는 결함 하자보수로 납기를 못 맞춰 수억원의 지체상금을 물어내기도 했다. 해외에선 잘못 개발한 SW는 결함 수정비용이 개발단계보다 100배 이상 소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품질 하자는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최근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사태는 반면교사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전자제어장치의 SW 결함 가능성이 매우 높다. SW품질 하나가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는 셈이다.
한국 SW 산업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마이너다.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 품질에 더욱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몇몇 업체가 인지도도 낮은데 품질도 엉망이더라는 평가가 내려지면 한국 SW업계 전체가 매도될 수도 있다. 더 이상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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