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유영석 전 UN 우주사무국 재난관리팀 전문가

 “정부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인프라를 제공하는 지식포털을 설립해 제2의 구글이 한국인에게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습니다.”

 다부진 목소리로 당차게 포부를 밝힌 유영석씨는 앳돼 보이는 외모와 달리 UN 우주사무국 재난관리팀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재원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유씨는 어릴 적 아버지의 회사 발령에 따라 일본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뒤 홀로 미국에 건너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 외무부에서 뽑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5인에 선정돼 UN 재난관리팀에서 일했다. 그는 그 곳에서 지금의 비전을 발견했다. 유씨는 “아이티 지진같은 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을 때 UN 우주기관에는 그들의 생명을 구할 기술이 있지만 활용을 못할 때가 많았다”며 “기관의 운영체제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필요한 시간 내 위성영상을 입수하지 못한다든지 해당 국가의 법체제가 엄격하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유씨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요자가 만날 수 있는 ‘마켓’이 없어서라고 판단했다”며 “발전해온 경영 시스템만큼 우리의 시스템도 발전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유영석씨는 실리콘밸리의 기술포털 CEO를 꿈꾸는 청년이다. 유씨는 기술기업의 CEO에게 필요한 조건은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하나는 회사부서 잘 이해하고 통합하는 능력, 다른 하나는 급변하는 첨단기술을 빨리 배우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를 기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던 중 ‘특이점 대학’을 만났다.

 특이점 대학은 구글의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의 후원 아래 2009년 세워진 학교로 엘리트 인력을 재교육해 글로벌 리더로 양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정규 4년제 대학이 아닌 10주 과정이며 인공지능 로봇, 나노 테크놀로지, 네트워크 컴퓨팅 등을 가르친다. 학생 선발 기준은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이 있고 기업가정신이 바로 서 있으며 인류의 발전에 관심 있는 사람이다. 과정 마지막에는 학생들끼리 연구한 기술로 벤처회사 계획을 발표하면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유씨는 “경영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리더를 키워주고 최고의 학생들과 최고의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이 학교의 매력”이라며 “특이점 대학의 철학을 접하고 세계관이 달라졌는데, 이를 활용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지식기술 포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는 현재 예비우주인 고산씨와 함께 한국인 최초로 미국 특이점 대학의 합격 허가서를 받은 상태다. 지원자 1600명 중 최종 선발 20명 안에 들었다.

 입학은 오는 6월 19일이지만 문제는 등록금이다. 서른 살 청년에게 2만5000달러라는 금액은 너무 컸던 것.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매칭펀드가 있어야 하는데 삼성종합기술연구원 소속의 고산씨에 비해 현재 소속이 없는 유씨는 매칭펀드가 없다. 사실 등록금이 없으면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부모님 손 안 벌리고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만약 한국에서 후원자들이 생긴다면, 후원자의 회사에 도움될 기술을 알리고 나아가 특이점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한국 기술인력에게 전파하고 싶다”며 “특이점 대학이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래기술에서 앞서 나가려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유영석씨는 “특이점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주 요인은 UN 경험이었는데, 한국 정부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라며 “실리콘 밸리의 CEO이자 한국에 도움되는 인력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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