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음성’이라는 물리 현상이 있다. 액체가 특정 고체 표면에서 잘 퍼지거나 아니면 물방울 형태로 맺히는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다.
일례로 자동차 앞 유리창이 뿌옇게 흐려지는 정도나 배터리·연료전지 시스템의 기능성에도 영향을 준다. 이처럼 중요한 젖음성을 계량화하는 방법으로는 지금까지 표면상에 형성된 물방울의 형태를 측정하는 것이 학계에서 통용되던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워낙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것.
최근 미국 MIT 프란체스코 스텔라치 교수팀은 종전보다 1만배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인 전자현미경을 사용했을 때보다도 20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해상도는 액체와 고체 표면의 미세한 상호 작용을 파악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수준의 정확도다. 또 액체가 고체 표면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개별 분자나 혹은 원자 단위까지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다.
곡면이나 직물성 표면, 복잡한 고체 표면 등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스텔라치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정교한 젖음성의 이미지는 배터리와 연료전지 내부에서 발생하는 촉매·부식 등의 작용이나 단백질의 상호작용 등 생물학적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바로 원자력 현미경이다.
원자력 현미경은 진동 레버상에 장착된 예리한 초점을 이용, 물질 표면의 샘플을 본뜬 뒤 표면 위상에 따라 반응해 표면 샘플의 성질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스텔라치 교수팀은 영상을 구성하는 변수를 다양하게 적용함으로써 초점이 수 나노미터 단위에서 진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진동은 액체가 반복적으로 표면을 밀어내면서 에너지를 소멸시킨다. 이를 통해 만들어낸 고해상도 이미지는 물질 표면상에서 개별 원자·분자들의 위치를 지도로 그려낼 수 있게 되는 원리다.
특히 이처럼 고해상도 이미지는 전 세계적으로 몇 대에 불과한 초고가의 원자력 현미경을 사용해야 가능했지만, 이 방법은 상업용 원자력 현미경에도 적용할 수 있다. 향후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고, 또한 보급형 전자현미경의 활용도도 넓혔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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