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가에 위치한 한 신문 가판대에서는 USA투데이를 1달러, 워싱턴포스트를 1.5달러에 팔고 있었다.
그러나 바쁜 출퇴근 시간대에도 신문을 사는 손길은 뜸했다.
전세계적으로 신문산업이 침체되고 미디어 환경이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미국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가판 상인 마이크 구티에레즈 씨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신문을 사는 사람이 더욱 줄었다”며 “인터넷이 있는데 굳이 왜 신문을 사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미디어 산업은 애플의 아이패드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아이팟터치와 아이폰으로 전세계 미디어플레이어와 스마트폰 시장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애플과 함께라면 미디어 르네상스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무료 MP3파일 유통으로 무너져가던 음원 콘텐츠 시장을 되살린 아이튠즈처럼 전자책 오픈마켓인 아이북스가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를 가능하게 해 미디어 산업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美미디어산업 재빠른 대응=애플은 아이패드 출시에 맞춰 아이북스를 공개, 음반을 넘어 전자책과 신문마저 자사 플랫폼으로 흡수하려 하고 있다.
또 아이패드는 출시와 동시에 ABC방송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어, CBS 라디오, 만화 제공 앱인 ’마블 코믹스’, 온라인 매거진 제공 플랫폼인 ’지니오’ 등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춰 AP통신과 뉴욕타임스, BBC뉴스,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등도 아이패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스코프, 뉴욕타임스, 악셀 슈프링거 등 유수 출판 그룹들은 최근 온라인뉴스의 유료화에도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완전판 구독을 위해선 월 17.99달러의 비용을 내야 한다. 뉴스코프 디지털미디어 담당 존 밀러 사장은 최근 “우리는 광고와 구독의 이중 수익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모바일 인터넷 환경의 급성장이 이 같은 변화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PC온라인 기반에서 무료로 유통되던 콘텐츠라도 모바일 환경에서 뛰어난 사용자환경(UI), 하드웨어와 결합할 경우 유료화가 가능하다는 선례를 만든 것이 애플 아이폰이다.
그리고 전자책과 신문, 방송 등 콘텐츠에 최적화돼 있는 아이패드가 이 같은 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아이패드는 미디어 산업의 구원과 연결돼 있다”며 “아이패드가 성공하면 전세계 신문과 잡지들이 판매 및 광고수입 감소라는 곤경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이 본격적으로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는 등 관련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성공 가능성은=로스앤젤레스의 대형 쇼핑몰인 그로브몰 내의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패드를 구입한 제이 브라이언 씨는 “책과 신문을 읽는 용도로 주로 쓸 것”이라며 “화질이 매우 우수하고 조작도 간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까지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일단 아이패드의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활용되는 콘텐츠도 교육 및 미디어, 전자책 관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출시 당일 미국에서 30만대가 팔려나가는 등 애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아이패드 전문사이트 디스티모가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2천385개를 분석한 결과 게임은 833개로 전체의 35%를 차지해 아이폰의 56%보다 훨씬 낮은 비중을 보였다.
이는 아이패드가 게임기보다는 미디어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애플도 출시 첫날 25만명이 아이패드용 전자책을 내려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이 실제 비즈니스모델로 연결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모바일용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일간지는 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 프랑스 리베라시옹 등으로 많지 않지만, 가디언의 경우 2.39유로(3천600원 상당)의 가격에도 2개월 만에 10만명이 다운로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카콜라와 페덱스 등 6개 기업이 아이패드용 광고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이들 광고의 단가는 각각 4개월에 40만달러(4억5천만원 상당)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뉴욕타임즈도 최근 아이패드용 광고를 내겠다는 기업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패드 광고는 지면이나 온라인광고에 비해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해 몰입도와 광고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가장 든든한 ’우군’인 미디어의 지원 사격 역시 아이패드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의 위기 탈출구로 아이패드의 역할을 기대하는 미디어가 아이패드 띄우기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예상된 수순이었다.
◇정기 구독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아이패드가 미디어 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에도 몇 가지 우려는 여전하다.
우선 유료 애플리케이션 판매의 경우 일회성 비용으로 지불이 가능할 수 있으나, 모바일 상에서의 정기 구독료 지불 여부는 아직 검증된 모델이 아니다.
모바일 광고는 와이파이가 아닌 3G 모델의 경우 데이터용량 등 문제도 풀어야 한다.
검색 광고가 강세를 보이는 플랫폼 특성상 뉴스 광고 시장이 커지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애플에 대한 종속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방송업계는 애플이 자사 채널 전체와 계약하는 대신 일부 인기 콘텐츠만 선별해 구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제기한 적도 있다.
또 음반업계는 애플이 소비자와의 중개자 역할을 하며 막강한 역할을 하면서도 온라인 다운로드로 인한 매출 손실을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아이튠스가 음원당 가격을 0.99달러로 고정하면서 시장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세부 독자 정보를 애플에 모두 넘겨주는 것 역시 미디어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아이북스가 아이패드에서만 작동하는 것도 시장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킨들이 기기 범용성을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이 더욱 진화된 개방성으로 아이패드 및 아이북스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아이패드는 소비자 미디어 허브로서 휴대용 컴퓨팅 기기를 대체할 것”이라면서도 “출판사 및 미디어업계는 아이패드를 즉각적인 구세주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아이패드의 영향력은 아이폰 때보다 예측하기 더욱 어렵다”며 “아이패드가 제시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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