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 3주 만에 2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인 워너브라더스의 블록버스터 ‘타이탄’. 하지만 ‘타이탄’의 3D 입체 버전이 공개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이미 ‘아바타’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접하며 3D 영화를 보는 나름의 기준이 생긴 관객들에게 대세에 맞춰 급하게 만드느라 엉성해진 3D 영화는 역효과만 부른 셈이다.
유성영화, 컬러영화 이어 세 번째 영화 혁명으로 꼽히는 3D 입체 영화. 재밌는 사실은 3D 입체 영화 전쟁에서 고배를 들이키고 있는 워너브라더스가 첫 번째 영화 혁명인 유성영화를 이끈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1926년 4월 20일 워너는 웨스턴 일렉트릭과 손잡고 영사기에 축음기를 연결시긴 ‘바이타폰’의 도입을 공식 발표한다. 경영압박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재즈싱어’로 대성공을 거두며 지금의 워너브라더스의 입지를 다진다. 워너가 당시 재즈싱어로 벌어들인 돈은 350만달러. 당시 자동차 가격이 250달러였으니 영화 한 편으로 자동차 1만3461대를 판매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재즈싱어의 성과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신문들은 ‘말하는 영화’의 등장에 호들갑을 떨었고, 다른 영화사들도 유성영화 제작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속속 도입했다.
물론, 유성영화의 등장을 모두 환영한 것은 아니다. 어니스트 베츠는 “사운드를 수용한 할리우드는 치명적인 자멸을 자처했으며 웅변적이며 생명과도 같은 침묵의 영화정신은 파괴되었다”며 이를 시각예술의 죽음으로 받아들였다.
어쨌거나 영화 속 ‘말’의 등장은 영화 자체에 많은 변화를 줬다. 대사가 가능해지면서 사회적 인식이나, 사람의 심리 상태에 대한 표현이 늘었고, 몸짓으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줄었다. 유성영화가 없었다면 영화 사상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는 “I’ll be back(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마지막 대사)”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 시도가 영화 표현 양식의 변화와 잊히지 않는 감동을 낳았다.
‘아바타’가 일으킨 3D 입체 영화 열풍엔 유성영화 출범 당시와 유사한 점이 많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불법복제의 확대로 생존의 위기를 느낀 할리우드 극장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3D 입체 영화였다. ‘아바타’의 전 세계적 성공에도 3D 입체 영화가 새로운 영화의 장르로 자리매김할지는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 속에서 영화 제작사들은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 예술적 고민을 시작했고 계속해서 다양한 3D 입체 영화가 스크린에 비춰질 것이다. 감독들의 입체적 상상력이 남길 명장면을 지금부터 기대한다면 성급한 것일까.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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