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마케팅비 제한 휴대폰업체로 `불똥`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시장의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한 ‘마케팅비 20% 제한’의 불똥이 휴대폰업체로 튀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휴대폰업체에 공급단가 인하와 제조사 정책장려금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업체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해 경영전략도 수정해야 판이다. 휴대폰업체들은 이통사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질 경우 내수 물량을 수출로 돌릴 복안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감정싸움으로도 번질 태세다.

 18일 한 휴대폰업체 고위관계자는 “얼마 전 이통사로부터 정부와의 합의안에 따라 보조금 지원에 한계가 있으니 소비자에게 기존 단말기와 동일한 가격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제조사가 공급가격을 낮춰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이미 일부 모델의 경우 상당부분 가격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통사는 이달부터 단말기별로 5∼10% 제공되는 제조사 정책장려금을 최고 10% 이상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공급 가격도 종전보다 5∼10% 낮춰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예를 들어 정책장려금을 합쳐 이통사에 공급되는 80만원대의 프리미엄급 풀터치폰을 앞으로는 60만원대로 낮추는식이다.

 특히 이미 출시된 보급형 일반휴대폰은 공급가를 대폭 낮춰 제공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을 감안해 방통위가 마케팅 비용 제한을 올해에만 예외적으로 22%로 잡은 만큼 이통사는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집중할 테니 보급형 단말을 저렴하게 공급하라는 요구다.

 당장 휴대폰 제조사들은 경영전략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에만 적어도 수백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염두에 두고 경영계획을 짜야 해 종전에 수립했던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사업자 중심이어서 제조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제조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재고 물량을 뺀다거나 이통사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등의 편법 영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업체들은 이통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내수 공급을 아예 대폭 줄이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통사는 ‘마케팅비 제한’을 어길 경우 방통위의 제재를 받게 돼 어쩔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사 한 관계자는 “이통 3사 모두 동일하게 제조사에 정책장려금 상향조정과 단말 공급가 인하를 요구한다”며 “정부가 강력한 법·제도적 제재를 밝힌 만큼 사업자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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