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청소년 보호명분 과잉제재" 반발
게임업계가 청소년의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강도 높은 자율 규제안을 내놓은 가운데 일부 정치권과 여성가족부가 똑같은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주무부처까지 반발하는 중복 규제 논란을 빚었으며 많은 콘텐츠 중 유독 게임에만 청소년 보호라는 이유로 주홍글씨를 새긴다는 게임 업계의 비판의 목소리도 들끓었다.
15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과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도록 각각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착수했다.
두 법안은 작년 초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계류됐다가 지난 14일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토론 과정을 서면으로 대체한 채 기습적으로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갔다. 여성가족위는 19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심의한 후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후 법사위와 국회 본회 통과 절차를 밟는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모든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게 뼈대고, 최 의원의 법안은 부모의 요청에 따라 청소년 게임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합의해 지난 12일 발표한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의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가위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으로 게임 산업의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한마디로 ‘철회돼야 할 중복 규제’라는 시각이다. 콘텐츠는 규제와 진흥이 일치돼야 하고 게임 관련 규제는 게임산업법으로 일원화돼야 한다는 말이다.
김재현 문화부 게임산업과장은 “문화부와 게임 업계가 쉽지 않은 합의 과정을 거쳐 실효성 있는 자율대책을 내놨는데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보호법으로 같은 내용의 규제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19일 법안심사소위에 문화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출석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불합리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는 매출 감소까지 감수하면서 강도 높은 자율규제안을 내놨는데 같은 내용의 규제를 법제화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는 법제화가 자칫 과몰입과 상관없는 일반 게임까지도 모두 규제를 받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법제화 추진의 철회를 요구했다.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콘텐츠 업계도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과 드라마 등 9개 문화 단체가 가입돼 있는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준비했다. 김성곤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모든 콘텐츠는 진흥과 규제를 문화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게임 중복 규제가 허용되면 다른 콘텐츠도 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재경 의원 측은 “지금까지 문화부에서 내놓은 게임 과몰입 대책들이 실효성이 약했고, 이번 조치도 부족하다”며 “어느 법이 되더라도 청소년을 게임 과몰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성과”라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