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1000원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정부는 과도하게 원화가 절상된 것으로 보고 있어 외환시장에 정부 보유 달러를 투입하는 등 미세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또 환율하락이 수출IT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해당기업의 환헤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7원 낮은 1107.5원으로 마감됐다. 환율이 111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전날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점이 환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증시의 상승에 이어 국내 증시도 동반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 달러화 약세 기조와 싱가포르 통화 절상 움직임 등의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전저점이 1000원대로 낮아지면서 환율 1000원대 진입 시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와 외국인의 주식매수 기조가 지속되면서 꾸준히 달러화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2분기 경상수지가 15억달러로 1분기보다 5억달러 늘어나고 하반기에는 8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증시에서 6조원가량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달에도 3조5000억원 가량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으며 채권 시장에서도 올 들어 20조원 가량 순매수했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으로 외국인의 국내 자산 매수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로화의 강세와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도 원화 등 아시아 통화의 동반 강세를 이끌 요인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절상이 2분기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자본시장 외화유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2분기 중 105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완화되면서 상반기에 1100원을 일시적으로 밑돌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유가 상승 등으로 1050원을 바닥으로 한 채 반등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국과의 공방도 격화될 전망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정책 라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질 때 개입 강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IT와 자동차 등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수출기업의 환위험 헤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환율은 신도 모른다는 격언이 있는 것처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수출 중소기업은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기보다 환위험 회피에 무게를 두고 헤지를 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환위험 헤지도 금물이지만, 환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원·달러 환율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