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경계령이 발동했다. 이미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유가가 100달러 돌파 전망이 나오는 등 올해 내내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기 회복에 맞춰 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민관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15일 한국은행 및 관련 단체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연중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원자재 수입물가 동향을 보면 올들어 매월 10%(전년 동월 대비) 이상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특히 지난달은 전월대비 3.5%나 올랐다. 지난 1·2월의 경우,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0.7%(1월) -1.1%(2월) 등 안정세를 나타냈으나 3월 갑작스럽게 반전한 것이다. 이같은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철홍 수입업협회 팀장은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세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른 수요 확대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맞물려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내 경기에 가장 민감한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 100달러를 다시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와 수요 부진으로 국제유가의 100달러 돌파 가능성이 낮게 평가했지만 최근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애초 전망한 대로 성장하고, 투기자금이 가세하는 상황에서 2008년 여름과 같은 수급불균형 문제가 부각되면 100달러 재돌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상공회의소가 504개 제조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애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원자재가격 상승 감내 여부에 대해 전체의 24.8%가 ‘이미 감내 수준을 넘었다’고 밝혔으며 ‘앞으로 10%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는 응답이 60.1%에 달했다.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파장은 중소기업이 커, ‘감내 수준을 넘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전체의 3분의 1(29.8%)에 이르렀다. 피해업체도 많아 조사 대상 기업의 31.9%가 ‘원자재가격의 상승 여파로 기업 경영에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고, 61.3%가 ‘피해가 다소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최근 구리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70% 상승했으며, 니켈은 120% 이상, 알루미늄은 75% 이상, 아연도 70% 상승했다. 원유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6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2008년 10월 초 이래 최고 수준인 배럴당 86.84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손영기 대한상의 거시경제팀장은 “국내 기업들은 원자재 공급업체 다양화, 비용 절감 노력, 대체원료 물색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정부는 원자재 구매자금 지원 확대, 수입관세 인하, 긴급할당관세 시행 등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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